누구도 우승을 예측할 수 없는 18번홀.
'무서운 10대' 리디아 고(19)는 도전보다는 안전을 선택했다. 뉴질랜드 교포인 리디아 고는 현재 세계랭킹 1위다. 톱 랭커의 여유가 묻어났다.
리디아 고는 4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 다이나쇼 코스(파72·6769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 마지막날 17번홀이 끝났을 때 공동 선두였다. 마지막 18번홀에서 우승의 향방이 가려지는 순간이었다.
490야드 파5인 18번홀은 그린 앞에 워터 헤저드가 도사리고 있다. 리디아 고는 2온으로 승부수를 띄울지, 아니면 3온으로 안전하게 버디를 낚을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티샷을 페어웨이로 보낸 리디아 고는 두 번째 샷을 앞두고 3번 우드를 생각했다. 리디아 고는 "그린 앞까지 202야드가 남았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3번 우드로 공략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때 리디아 고에게 캐디 제이슨 해밀턴은 "210야드 남아 자칫 실수하면 워터 해저드에 빠질 수 있다. 2온을 하지 않더라도 버디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리디아 고는 캐디의 말대로 8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했다. 물 앞에서 친 세번째 웨지샷은 핀 옆 50cm 지점에 붙었다. 침착하게 퍼팅으로 버디를 잡았다. 공동 선두였던 에리야 쭈탄누깐(태국)은 마지막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무너졌다.
리디아 고가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세계여자골프에서 또 하나의 신기록을 작성했다. 그는 18세 11개월이라는 최연소 나이에 메이저 2승을 올린 선수가 됐다. 리디아 고는 작년에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여자골프에서 이전 최연소 메이저 2승 기록은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의 20세 9개월이다. 박세리는 1998년 맥도널드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을 잇따라 제패했다. 리디아 고는 우승 인터뷰에서 "72홀 경기에서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라며 "특히 그 버디로 우승을 할 수 있었기에 매우 특별했다"고 말했다. 연못에 뛰어드는 이 대회 우승 세리머니를 멋지게 해낸 그는 "별도로 준비를 하지는 않았다. 그냥 우승하고 연못에 뛰어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못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깊었다. 멀리 점프할 수록 더 깊어졌다. 어머니, 언니, 캐디 제이슨, 그의 약혼녀와 연못에 뛰어 들었는데 생각보다 물이 차가웠다"며 웃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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