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해봤어?"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현대를 일군 고 정주영 회장의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업가 정신, 도전 정신을 돌아볼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정 회장은 일반인의 상식을 넘어서는 발상의 전환으로 난제를 이겨내고,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성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요즘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을 보면 "이봐, 해봤어?"라는 말이 떠오른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은 지난 1일 열린 개막전을 되짚어 보며 "지크가 나올 줄은 1%도 생각 못했다. KIA가 개막전을 잘 준비했다"고 말했다. KIA는 1일 경기에서 선발 양현종에 이어 선발 요원 지크 스프루일을 마운드에 올렸다. 7회 4-4 동점상황에서 불펜진을 가동하지 않고,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당시 지크는 5일 LG 트윈스와의 홈개막전 선발 등판이 예정돼 있었다. 지크의 구원 등판은 상대팀 감독을 당황하게 만들 정도로 예상을 뛰어넘는 시도였다.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5일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던 지크는 1일 불펜 피칭이 잡혀있었는데, 불펜 투구 대신 실전에 투입됐다. 물론, 코칭스태프와 선수간의 협의가 있었다. 시즌 중에 불펜이 소진됐거나, 휴식기를 앞두고 있을 때, 포스트 시즌에 종종 볼 수 있지만, 선발 투수의 개막전 구원 등판은 이례적인 일이다. KIA 입장에서는 개막전 승리가 중요했다. 지크가 결승타를 맞으면서 '지크 카드'는 실패로 끝났으나, 과감하고
신선한 시도였다는 평가다.
김기태 감독이 백업 3루수 김주형을 유격수로 쓰겠다고 했을 때, 구단 내부에서도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많았다. 수비가 뛰어나면서, 발이 빠른 내야수가 유격수의 전형이다. 타격보다 수비에 비중을 두는 경우가 많다. 김주형은 기존 유격수의 전형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그런데 김기태 감독은 김주형의 타격 능력을 주목했다. 팀에 필요한 공격력 강화를 위해 유격수 수비가 낯설고, 기동력이 떨어지는 김주형을 중용했다. KIA 관계자는 "보통 여러가지 능력 중 2가지 이상을 갖춘 선수가 중용되는데, 감독님은 선수가 잘 하는 면을 주목해 살려주는 쪽으로 기회를 준다"고 했다. '유격수 김주형'은 타격이 약한 팀 상황을 바꿔보기 위한 실험이다. 김기태 감독은 평소에도 기존의 틀을 깨는 창의적인 플레이를 선수들에게 강조해 왔다.
김주형은 개막 2연전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7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오키나와 전지훈련 기간에 열린 연습경기, 시범경기에 꾸준히 유격수로 출전해 경험을 쌓으면서 좌우 수비가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감독의 과감한 선택이 선수를 업그레이드시킨 셈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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