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중년의 변호사 태석(이성민 분). 급한 회의를 하다가도 휴대폰 알람이 매일 같은 시각에 울리면 만사 제치고 화장실로 뛰어가 웃옷을 풀어헤치고 패치를 붙인다. 이상한 점은 패치를 붙일 때마다 늘 짜증을 낸다는 것.
tvN 드라마 '기억'의 주인공 태석은 '젊은 치매'에 걸렸지만, 주변에 병을 알리지 않고 패치형 치료제를 붙이면서 사회 생활을 계속한다. 그런데, 패치를 붙이고 관리하는 게 매우 번거롭게 묘사된다. 왜 그럴까?
이는 치매 치료제의 특성 때문이다. 현실에선 드라마와 달리 태석 같은 젊은 치매는 드물다. 50대 이하 환자는 국내 전체 치매 환자의 3%정도다(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 하지만, 나이가 많든 젊든 치매를 초기에 발견해 약을 쓰면 병의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특히, 65세 이전 발병하는 '조기발현 치매'는 경우 많지는 않아도 병의 진행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적절한 약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치매 치료제의 대부분은 먹는 약인데, 부작용이 꽤 있다. 적지 않은 환자는 오심, 구토, 설사 등 위장 장애를 겪으며, 두통, 어지러움, 방광자극 등의 부작용도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치료제이다.
패치형 치료제는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의 엑셀론이 오리지널이며, 국내 제약회사인 SK케미칼에서 복제약인 '원드론'을 출시했다. 엑셀론 알약은 하루 두 번 먹는 반면, 패치는 하루 한 번만 붙이면 된다. 그래서 극중 변호사 태석처럼 사회생활을 하는 환자는 치매 약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 남의 눈에 안 띄는 패치를 선호한다. 서상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패치형 치료제의 효과는 먹는 약과 동일하며, 약 성분이 피부를 통해 서서히 투여되므로 약효가 먹는 약보다 오래 유지되고, 위장 장애 등 부작용이 거의 없는 편"이라고 밝혔다. 먹는 치매약은 복용을 거르는 등의 문제가 흔히 생기지만, 패치는 이런 문제가 없다 단, 치매 환자가 떼어내 버리지 못하도록 등허리처럼 환자 손이 안 닿는 곳에 보호자가 붙여줘야 한다.
패치형 치료제도 부작용이 있는데, 한 자리에 계속 붙이면 피부에 염증이 생긴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 번 붙인 곳에는 2주일간 다시 붙이면 안 된다. 그래서 드라마 속 태석이 패치 붙일 자리를 찾느라고 애를 먹는 것이다.
한편, 초기 치매 환자의 진행 억제와 증상 완화를 위해서는 약물 치료와 함께 생활 요법이 중요하다.
서상원 교수는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조심하면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다"며, '진인사대천명'과 '7·3·3 운동'을 권했다. '진인사대천명'은 진(진땀 나게 운동하라), 인(인정사정없이 담배를 끊어라), 사(사회활동과 긍정적인 사고를 많이 하라), 대(대뇌 활동을 위해 독서·퍼즐 등을 하라), 천(천박하게 술을 마시지 마라), 명(명을 연장하는 식사를 하라) 등의 생활 수칙을 말한다. '7·3·3운동'은 일주일에 사흘, 한번에 30분씩 운동하라는 뜻이다. 치매 환자는 입맛을 잃어서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전신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치매가 더욱 악화되고 수명이 짧아진다. 서 교수는 "치매 환자 자신은 이런 생활 습관을 스스로 지키기 어려우므로, 가족 등 보호자가 생활 관리를 잘 시켜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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