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은 공격수 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수비수가 터뜨리는 골은 그라운드의 감초다. 상대 공격을 막아내며 골을 내주지 않는 게 주임무인 수비수가 공격에 가담해 상대 골문을 부수는 장면은 특별한 재미를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울산 현대 수비수 김치곤(33)이 지난 9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터뜨린 시즌 첫 골은 그래서 더 특별했다. 김치곤은 이날 광주와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4라운드에서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망을 갈라 팀의 2대0 승리를 견인했다.
사실 김치곤의 의도는 발이 아닌 머리였다. 코너킥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큰 키를 갖춘 김치곤은 매력적인 카드다. 상대 수비수들의 시선을 끔과 동시에 기회가 오면 직접 마무리까지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발 밑으로 떨어진 볼을 김치곤은 오른쪽으로 쓰러지면서도 발을 갖다대는 골잡이 못지 않은 본능을 과시했다. 광주 선수들은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골망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볼을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득점의 주인공 김치곤 뿐만 아니라 벤치에서 지켜보던 윤정환 울산 감독마저 놀라며 웃음을 지은 장면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2일 김치곤을 '현대엑스티어 주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 프로연맹은 '침착한 수비에 공격수 부럽지 않은 득점으로 울산 연승 행진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김치곤은 상금 100만원을 받게 되며, 이 중 절반은 '청년희망펀드'로 기부되어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돕는데 쓰인다.
4라운드 클래식 베스트11에는 김치곤을 비롯해 아드리아노(FC서울)를 비롯해 김용대 이기제(이상 울산) 이광선(제주) 곽해성 황의조(이상 성남) 이승현(수원FC) 박준태(상주) 권창훈(수원 삼성) 심동운(포항)이 선정됐다. 4라운드 베스트팀은 인천을 꺾은 성남이, 베스트매치는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제주-수원전(2대2 무)이 꼽혔다.
한편, 챌린지 3라운드에서는 강원전에 나서 수 차례 위기를 막아내며 무실점을 기록한 조현우(대구)가 차지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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