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시즌이 시작됐다. 겨우내 쉬다가 첫 라운드에 나서면 '멘붕 상태'에 빠져서 라운드를 망치곤 한다. 첫 출전부터 당황하지 않고 잘 치기 위한 비결을 알아봤다.
시즌 첫 라운드에선 내 몸이 기억하고 있는 작년 스윙 폼을 자연스럽게 끌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지난해에 쳤던 골프를 떠올리지 말고, 내기를 하지 않는 게 좋다. 정신의학적으로 골프 스윙은 '내현기억'이 만들어낸다. 내현기억은 자전거타기, 젓가락질 등 몸에 배어 있는 행동을 기억하는 것이다. 반면, 과거 실패했던 샷, 홀인원 경험, 내기로 잃은 돈 등 외부 상황에 대한 기억을 '외현기억'이라고 한다. 잘 쳤던 못 쳤던 간에 지난해 라운딩을 떠올리거나 내기를 하면 내현기억이 깨지고 외현기억이 작용해 스윙이 바뀐다.
라운드가 시작된 후 온갖 잡 생각(외현기억)을 떨치고 굿샷을 날리기 위한 팁을 김병준 인하대 체육교육과 교수(스포츠심리학)의 도움말과 중앙대병원 자료를 바탕으로 소개한다.
우선, 라운드 시작 전 상황 별로 자신만의 루틴을 미리 만들어 놓자. 티샷 전에 드라이버를 흔들거나 벙커 탈출에 실패하면 모자를 고쳐 쓰는 등 각 상황마다 정해 놓은 루틴을 반복하면 불안감이 크게 줄어든다.
1번 홀 티샷은 가장 먼저 하는 게 좋다. 축구의 페널티킥은 나중에 차는 선수가 부담감이 커져 불리하다. 골프도 마찬가지로, 티샷은 먼저 할수록 부담이 적다. 만약 1번홀 뽑기에서 후순위로 밀리면, 동반자의 티샷은 쳐다보지도 말자. 상대방이 굿샷을 날리면 기가 죽고, OB를 내면 자신도 그렇게 될까 신경쓰여서 위축된다.
샷을 할 때는 골프공의 상표를 노려보자. 백스윙부터 팔로스루까지 상표를 보고 있으면 잡 생각이 나지 않고 헤드업이 방지된다.
어느 홀을 망치면 티를 부러뜨려 던져 버리거나, 장갑을 다른 것으로 바꿔 끼어 보자. 본인의 잘못을 남 탓으로 돌려서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치료법을 정신과 용어로 '투사(投射)'라고 하는데, 내 실력이 아니라 아닌 장갑이나 티가 나빠서 망쳤다고 '투사'하고 다음 홀을 기약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18홀을 관통하는 '큰 틀 전략'을 세우면 첫 라운드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또, 봄 날씨나 풍경 등 감각적 즐거움에 몰두하면 몇 홀 지나지 않아 몸에 배어 있는 스윙 폼이 자연스레 나온다고 김병준 교수는 설명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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