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하라는 대로 하면 오래 살지만, 의사가 하는 대로 따라 하면 일찍 죽는다'는 의료계 우스개가 있다. 이런 우스개가 그저 빈말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전혜진 교수팀은 의사들의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의사가 일반인보다 3배 더 많이 암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 교수팀이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의사 의사 382명의 기록을 조사해 보니 30명이 암을 진단받았다. 연구팀이 이 수치를 '암 유병율 표준화' 통계 처리를 거쳐 국가 암등록 통계와 비교한 결과, 남자 의사는 일반 남성에 비해 암 유병률이 2.47배 높았고 여자 의사는 3.94배 높았다. 남자 의사는 위암, 대장암, 갑상선암의 순서였고, 여자 의사는 갑상선암, 유방암, 폐암, 자궁경부암의 순서였다. 또, 의사는 비만율도 훨씬 높았다. 남성 의사는 과체중이 36.3%, 비만이 44.8%로 5명 중 1명만이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연구 대상자 평균 연령대인 50대를 기준으로 일반인의 비만율 33.7%을 크게 웃도는 수치이다.
의사는 직업 특성상 외근이 거의 없이 실내에서 하루를 보내기 때문에 운동 부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식사를 거르는 의사는 부지기수이다. 대학병원 교수급은 오전 7시쯤 당일 진료계획 회의를 시작으로 외래진료, 수술, 행정업무, 논문 작성 등으로 이어지는 일과를 병원 내에서 본 뒤 늦은 저녁식사나 음주로 스트레스를 푼 뒤 귀가하는 생활 패턴이 보편적이다. 개업의 중에는 일주일 내내 이어지는 진료를 거르지 못해 종합건강검진을 받는 대신 직접 채혈해서 간이 혈액검사 등으로 자신의 건강상태 점검을 대신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또, 진료 과정에서 방사선 등 발암 요인에 많이 접촉하는 측면도 있다.
실제로, 신장암 환자가 너무 몰려들어 진료 중 화장실 갈 시간조차 내지 못해 습관적으로 소변을 참다가 방광암에 걸린 현직 대학병원 교수가 있고, 방사선 내시경 수술을 정교하게 하기 위해 보호장갑을 끼지 않고 수술하는 바람에 손에 방사선 피부염을 달고 사는 의사도 있다. 과거 국내 최고 폐질환 권위자였던 모 대학병원 원장은 대통령 주치의 등의 스트레스까지 겹치면서 자신이 폐암에 걸리기도 했다.
전혜진 교수는 "일반적으로 의사는 의학 지식을 많이 알기 때문에 건강할 것이라고 여기지만, 모든 의사가 실제로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키지는 못한다"며 "진료, 수술, 연구 등의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진료 과정에서 방사성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 증가 등이 암, 비만, 대사증후군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혁 기자 d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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