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치아노 스팔레티 AS로마 감독의 선수 경력은 화려하지 않았다.
지도자 인생 초반 역시 당시 약체로 분류됐던 엠폴리와 삼프도리아, 베네치아 등을 거치면서 시작했다.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 속에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제로톱' 전술을 처음 도입하며 빛을 보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 4시즌 간 그가 팀을 이끌던 시기에 로마는 두 차례의 코파이탈리아(FA컵) 우승을 일궜고 수페르코파(수퍼컵)에서도 우승컵을 가져갔다. 침체일로를 걸었던 팀에 다시 활기를 불어 넣었다.
로마에서 연수 중인 황선홍 전 포항 감독은 재미 있는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 "로마가 지난 12일 볼로냐와 비긴 뒤 훈련장 분위기가 엄청 좋지 않을 것 같았다. 한창 순위 싸움을 펼치는 시기이니 앞서다 비긴 경기가 좋을 리 만무하지 않겠나. 그런데 다음날 훈련장을 찾아가보니 스팔레티 감독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더라."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팀 훈련에 직접 참가하진 않더라도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바라보면서 집중하는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인 셈이다. 황 감독은 "이날 로마 구단에서 장애를 가진 소년 팬에게 특별히 훈련 참관을 허락했는데 스팔레티 감독은 훈련보다는 이 소년과 얼굴을 부비며 장난을 치는데 더 집중하더라"고 웃었다. 아탈란타 원정에서 프란체스코 토티의 극적인 동점골로 3대3 무승부를 기록한 뒤 스팔레티 감독은 라커룸에서 선수단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그러나 경기 이튿날 훈련장에선 별 말 없이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지켜보며 곳곳을 돌아다니는데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황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지도자 입장에선 그날의 장단점을 따질 수밖에 없다. 이겨도 다음 경기가 걱정이고, 이기고 있던 경기를 비기거나 지면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게 대부분"이라며 "스팔레티 감독의 행동은 자신을 추스르면서 냉정하게 다음 승부를 준비하는 자기 만의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팔레티 감독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느끼는 점이 많다"며 "축구라는 게 정답은 없다. 하지만 새로운 장면을 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이게 승부처에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스팔레티 감독의 모습은 한번쯤 더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고 웃었다.
트리고리아(이탈리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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