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오래전부터 '포수 왕국'으로 불려왔다. 전신인 OB 베어스 때부터 이어진 팀의 특성이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현재 프로 10개 구단 감독 중에서도 'OB 포수' 출신 감독이 무려 세 명이나 된다. 두산 김태형 감독을 비롯해,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 kt 위즈 조범현 감독은 모두 '베어스 포수왕국'의 선조 격에 해당된다.
이 '선조'들로부터 시작된 포수 왕국의 역사는 지금도 도도히 이어져왔다. 끊임없이 뛰어난 실력을 지닌 포수들이 자라났고, 자기들끼리 경쟁하면서 또 성장했다. 지금은 당대 최고의 포수로 자리매김한 양의지가 그 적통을 계승하고있다.
그런 '포수 왕국' 두산에 새로운 기대주가 등장할 조짐이 보인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2012년 5라운드 47순위로 입단한 박세혁이 가능성을 키워가고 있다. 입단 순위에서 드러나듯 박세혁은 아마추어시절 그리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오히려 '박철우 코치 아들'로 더 먼저 알려졌다. 입단 첫해 1군에서 6경기에 출전한 박세혁은 이듬해 18경기에 출전한 뒤 상무에 입단한다. 그리고 올시즌 팀에 복귀했다.
입단 이후 조금씩 키워온 실력이 이제는 1군 백업 포수를 맡을 정도까지 올라왔다. 이런 박세혁이 오로지 실력으로 큰 주목을 받은 계기가 바로 지난 26일 잠실 SK전. 0-1으로 뒤진 6회말 무사 만루 찬스에서 대타로 등장한 박세혁은 2타점 역전 적시 2루타를 날려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의 데뷔 첫 결승타였다.
이 활약을 발판으로 박세혁은 27일 잠실 SK전 때는 아예 선발 포수로 출전했다. 지난 4월15일 잠실 삼성전에 이은 올해 두 번째 선발 포수 출전. 두산 김태형 감독은 주전포수 양의지의 체력 안배를 위해 이날 박세혁을 내세웠다. 하지만 분명 전날 결승타의 영향도 선발 출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김 감독은 이 경기를 앞두고 박세혁에 관해 "컨택트 능력이 좋다. 공을 쫓아가는 능력이 있는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날에도 승리 소감으로 "벤치에서 백업으로 기다리며 배팅감각을 유지하기가 힘들었을 텐데 박세혁이 자신의 역할을 알고 준비를 잘한 점을 칭찬하고 싶다"라고 했던 김 감독이다. 같은 포수 출신인데다 벤치를 지켜본 경험도 있는 김 감독은 박세혁의 숨은 노력을 기특하게 여기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박세혁이 계속 자신의 역할에 맞는 실력을 보여준다면 분명 '포수 왕국'의 또 다른 작품이 될 수도 있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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