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불펜 투수들은 올시즌 초반 피곤하다. 선발 투수들이 일찍 강판되는 바람에 더 많이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 선발 투수들의 제구력이나 투구 밸런스가 흔들리면 한화 벤치는 어김없이 불펜진을 가동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시즌 초반임에도 체력 부담이 우려된다. 실제로 한화 불펜은 지난해 같은 경기수 대비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더 많은 공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효율성은 없다. 팀은 여전히 5승16패로 꼴찌다.
지난해 초반 한화는 강력한 돌풍의 주역이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역전승을 일궈냈다. 그 중심에는 권 혁과 박정진, 두 명의 필승 좌완들이 있었다. 이들은 '혹사 논란'속에서도 언제든 강력한 위력을 보여줬다. 실제로 성과도 있었다. 한화는 지난해 초반 21경기에서 11승10패로 5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런 성적을 만들어내기 위해 권 혁과 박정진은 얼마나 던졌을까. 권 혁은 21경기 중에 13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3.92에 3홀드 4세이브 1패를 기록했다. 20⅔이닝 동안 347개의 공을 던졌다. 박정진도 마찬가지로 13경기에 나와 14⅓이닝 동안 260개의 공을 던졌다. 박정진의 성적은 평균자책점 3.14에 3구원승 3홀드 1세이브 1패였다. 한화가 거둔 11승 중에 권 혁과 박정진의 기여도는 80% 이상이었다. 많이 던졌지만, 그에 걸맞는 성과가 나왔기에 용인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처럼 불펜진이 많이 나오면서도 성적은 내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는 초반 21경기에서 300구 이상을 던진 투수가 권 혁밖에 없었는데, 올해는 두 명이나 된다. 장민재(340구)와 송창식(315구)은 리그 전체 불펜 투수 중에서 현재 투구수 1, 2위다. 3위가 권 혁인데 295구를 던져 300구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한화 불펜 투수 3명이 리그 불펜 투수 가운데 최다 투구수 1~3위라는 건 의미심장하다. 박정진도 243개를 던져 8위에 랭크돼 있다. 최다 투구수 10위권 중에 2명 이상의 불펜투수가 포함된 팀은 한화 외에 kt뿐이다. 한화는 무려 4명이나 된다.
이닝수로 따져봐도 한화 불펜들이 상위권이다. 권 혁(16⅔이닝, 3위)-장민재(16⅓이닝, 4위)-송창식(15이닝, 5위)에 이어 9위에 정우람(13⅓이닝)이 있다. 박정진(12⅓이닝)은 14위다. 작년에는 권 혁과 박정진 뿐이었지만, 올해는 장민재와 송창식이 가세해 이전보다 더 많이 던진다. 그런데 성적은 작년과 달리 신통치 않다. 그나마 이들을 열심히 돌린 덕분에 5승이라도 건진 것이다.
하지만 이 선수들의 체력은 무한하지 않다. 지금같은 패턴으로 계속 돌아간다면 시즌 중반이후 힘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미 작년에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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