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깊다 깊어."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허경민만 보면 안타깝다. 지나친 부담감으로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는 시범경기 막판부터 톱타자 자리를 꿰차더니 시즌 초반 붙박이 1번으로 중용됐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보여준 엄청난 폭발력. 코칭스태프가 원한 모습이다.
하지만 득점권 찬스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준 것도 잠시, 4월 중순이 넘어가면서 '감'이 뚝 떨어졌다. 22일 대전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7회초 중전 안타를 때린 이후 안타가 없었다. 다음날부터 2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까지 6경기 연속 무안타 경기. 총 24차례 타석에 들어서 19타수 무안타. 볼넷 3개에 몸에 맞는 공 1개, 희생 번트가 한 개였다.
결국 코칭스태프가 두 팔 걷어붙였다. 3루에서 그를 대신할 선수가 없다는 판단 아래, 길고 깊은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특별 훈련'을 진행했다.
29일에는 박철우 타격 코치가 그물망을 뒤에서 토스해주며, 그 공을 그물망 위로 보내도록 했다. 그간 땅볼이 너무 많은데다 타격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곁에서 지켜보던 김태형 감독도 한 마디 거들었다. "(허)경민아 더 자신 있게 하체를 써. 너무 맞히는데 급급하니깐 하체는 가만히 있고 상체로만 타격하고 있잖아. 괜찮아. 더 과감히 스트라이드 해서 자신 있게 휘둘러. 괜찮아. 괜찮아." 김 감독은 이후 취재진을 만나 "부담감이 많은 것 같다. 1번 타자로서 볼을 많이 봐야 하는 입장이니 머릿속도 복잡한 것 같다"며 그를 8번 타순으로 내렸다.
허경민을 위한 훈련은 30일에도 계속됐다. 오후 2시40분 선수들이 외야에서 몸을 푸는 사이, 혼자 배팅 케이지에 들어가 방망이를 돌렸다. 이번에도 그의 곁을 지킨 지도자는 김태형 감독과 박철우 코치. 김태형 감독은 "한번은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할까도 생각했는데 결국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문제다. 프로선수라면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허경민도 "힘들지 않다. 괜찮다"며 "오늘도 열심히 하겠다"고 묵묵히 오후 5시 경기를 준비했다.
그토록 원하던 안타는 3회 나왔다. 1-0이던 2회 무사 1,2루에서 보내기 번트를 한 그는 2-2이던 3회 2사 2,3루에서 오른쪽 펜스를 직접 때리는 2루타를 폭발했다. KIA 선발 지크의 커브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자 2루 주자 양의지는 여유있게 홈으로 들어왔다. 1루 주자 오재원도 속도를 붙여 홈으로 쇄도하려 했지만, 타구가 워낙 빠르게 날아가 전형도 3루 베이스 코치가 이를 저지했다. 3-2 두산의 리드.
이 안타는 결국 이날의 결승타가 됐다. 3회 경기를 뒤집은 두산은 7대5로 승리하며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두산 선수들은 3회초 이닝 교대 때 허경민이 덕아웃으로 돌아오자 하나같이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민병헌은 "됐어. 드디어 나왔어"라며 글러브를 챙겨줬고 오재원과 김재환은 박수를 치며 엉덩이를 두드려줬다. 그리고 일주일 넘게 마음 고생을 한 '광주의 아들' 허경민도 모처럼 웃을 수 있었다.
광주=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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