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종권 기자] '배우들 연기에 눈물은 아깝지 않다'
윤여정, 김고은 주연의 영화 '계춘할망'(감독 창)이 그렇다. 제주도 해녀 계춘 할머니(윤여정)와 잃어버렸다가 12년만에 만난 불량 손녀 혜지(김고은)의 이야기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가족 영화다. 두 인물의 설정만으로도 대략 그림이 그려진다. 제주도 해녀로 빈곤한 삶 속에서도 끝 없는 사랑을 주는 할머니와 처음엔 거부하다가 나중엔 할머니의 진심에 감동해 마음을 여는 불량한 철없는 손녀의 이야기일 거라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마치 한라산, 만장굴, 협제해변, 정방폭포, 성산일출봉 같은 뻔한 제주도의 느낌이다.
그런데 '계춘할망'엔 가족영화라는 신파적 설정임에도 막상 보고나면 감동하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뻔하지 않은 배우들의 연기와 깨알같은 매력들이 숨어 있다. 요즘의 제주도 같다. 한동안 신혼여행이나 가는 뻔한 제주도였다가 언제부턴가 이름 모를 오름, 알려지지 않은 해변, 제주도 바람, 작은 돌, 작은 가게 같은 제주도의 깨알 재미를 찾아가는 요즘의 제주도와 비슷하다.
'계춘할망'은 윤여정, 김고은, 김희원, 신은정, 양익준, 최민호, 류준열 등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좋은 연기를 선보여 시종일관 인물과 연기를 보는 재미를 건넨다. 특히 윤여정의 계춘 할머니 연기는 우리가 알던 '센 여배우' 윤여정이 맞나 싶을 정도로 친근하고 자연스럽다. 전형적인 할머니인 듯하면서도 윤여정밖에 할 수 없는 장면과 표현들이 영화를 훨씬 더 풍성하게 한다.
교복이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없는 스물여섯살 배우 김고은 역시 캐릭터에 딱 맞는 연기로 영화의 평범한 흐름에 긴장감과 반전을 그리고 감동을 전한다. 동화 같은 캐릭터들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역할과 연기로 영화의 리얼리티를 부여잡고 있다.
이 외에도 악역과 새침한 도시녀만 연기하던 김희원, 신은정의 순박한 부부 연기를 보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또한 양익준 특유의 맛깔나는 연기, '훈남 배우' 류준열의 너무나 리얼한 악연 연기는 시원한 청량감을 전달한다. 그룹 샤이니의 최민호가 보여주는 순정만화 캐릭터와 김고은에 모자라지 않은 미모와 영상미는 영화에 작은 쉼표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계춘할망'의 또다른 덕목은 뻔한 결말을 좀 더 현실적으로 이끌어간다는 점이다. 손녀 혜지가 계춘 할머니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으로 진부하지만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마무리 할 수 있음에도 예상 외로 길게 영화를 끌고 가면서 진부함을 떨궈낸다.
'계춘할망'은 뻔한 제주도 여행 같은 '가족영화'란 틀 안에서도, 여행객이 스스로 여행의 재미를 찾아내듯 감독과 배우들이 영화에 즐거움과 감동을 채워냈다. 19일 개봉.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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