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플립은 없다. 언제나 로우파이브만 있을 뿐이다. 시즌 초반 엄청난 화력을 뽐내고 있는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가 위대한 이유다.
박병호가 빅리그 첫 해부터 KBO리그 홈런왕의 위용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그는 4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시즌 7호 홈런을 터뜨렸다. 3-6으로 뒤진 6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 휴스턴 선발 콜린 맥휴의 7구째 시속 146㎞ 직구를 밀어쳤다. 비거리는 397피트(121m). 오른쪽 외야 스탠드 2층에 꽂히는 큼지막한 대포였다.
맥휴가 던진 직구는 거의 완벽했다. 홈플레이트 바깥쪽 낮은 코스로 흠잡을 데 없이 들어왔다. 하지만 박병호가 그 공을 때렸다. 높은 공이 아니었기에 현지 해설진은 물론, 상대팀 선수들도 놀랄 수밖에 없는 힘과 기술이었다. 미네소타 지역지 '파이오니어 프레스'도 "지난 6경기에서 박병호가 3개의 홈런을 쳤다. 이런 추세라면 올 시즌 42홈런을 기록, 1963년 지미 홀이 세운 미네소타 신인의 홈런 기록 33개를 쉽게 넘어설 것"이라고 경기 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아니, 특유의 몰아치기를 선보인다면 50홈런도 가능해 보인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배트플립이다. 넥센 히어로즈 시절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하며 "더 이상 방망이를 던지지 않을 것이다. 머리로 공이 날아올 수 있다"고 심심치 않게 농담을 던진 그가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키고 있다. 사실 박병호의 배트 플립은 스윙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동작이다. 엄청난 속도로 방망이를 휘두르고, 공을 맞힌 뒤에도 앞스윙, 팔로우스로가 워낙 크다 보니 피니시 동작에서 의도하지 않게 방망이가 놓아지는 원리다. 또한 전문가들은 자칫 그 속도로 방망이를 끝까지 쥐고 있다가는, 옆구리나 어깨 쪽에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더 이상 박병호가 방망이를 던지는 모습을 접할 수 없다. 지난달 9일 캔자스시티 로얄스전에서 마수걸이 홈런을 쳤을 때도, 이날 맥휴의 직구를 밀어친 뒤에도 말이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메이저리그 문화를 존중하고 있다는 의지의 차원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자연스러운 동작을 억누르면서까지 연습을 한 그의 노력. 부상 방지를 위해 코어 근육을 키우고 유연성 운동을 한 그 노력에 주목해야 한다.
박병호에게 새삼 감탄하는 점은 또 있다. 번개 같이 그라운드를 돌고 로우파이브를 하는 액션이다. 그는 누구보다 빠르게 그라운드를 돈다. 3루 코치와는 한 번도 하이 파이브를 하지 않았다. KBO리그에서 2년 연속 50홈런을 넘기고도 변치 않던 겸손함과 야구에 대한 낮은 자세가 메이저리그에서도 변하지 않은 셈이다.
넥센 관계자는 "박병호와 SNS를 통해 자주 연락하는 편이다. 박병호가 '나는 루키다. 인터뷰 시간 등도 모두 팀 규정에 맞게 하고 있다'고 하더라"며 "아직은 모든 걸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팀이 이겨도 홈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점은 여기서(넥센)나 거기서(미네소타)나 똑같더라"고 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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