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연쇄적으로 쓰러지는 도미노를 보는 듯 하다. 시즌 초반 선발 붕괴에서 시작된 한화 이글스 투수진의 난조는 마치 전염병처럼 투수진 전체로 퍼졌다.
선발진의 조기 붕괴 또는 퀵후크로 인해 필승 불펜진의 소모가 커졌고, 당연한 수순으로 이들의 피로감이 누적돼 구위 저하로 이어진 것. 송창식과 권 혁, 박정진, 윤규진 등 올해 한화 불펜의 기둥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들은 현재 지난해의 구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장민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런 난조 분위기 속에서 홀로 꿋꿋이 버티고 있는 인물이 있다. 줄줄이 무너지는 도미노들을 막판에 지탱해주는 강력한 버팀목. 지난해 스토브리그에서 한화가 84억원에 영입한 필승마무리 정우람이다. 팀은 연일 패전을 반복하고, 비난 여론은 쏟아지고, 그런 와중에 김성근 감독은 허리디스크 수술로 병원에 있는 상황. 적군의 화살이 비처럼 쏟아지는 전쟁터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정우람은 흔들리지 않는다. 주변 상황이 어떻든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자기가 할 일을 해낸다. 몸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다.
정우람은 현재 한화 투수진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13경기에서 18⅔이닝의 적지 않은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평균자책점 0.96(2자책)으로 1승3세이브를 기록했다. 블론세이브도 1개 있지만, 어쨌든 모든 지표에서 정우람은 압도적인 위력을 보여준다. 삼진 22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겨우 3개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정우람은 팀내에서 투수 뿐만 아니라 타자까지 합쳐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가 가장 높다. 1.204를 기록해 유일하게 1.0을 넘겼다. 정우람에 이은 2위는 정근우인데, 0.962에 그친다. WAR 수치는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데, 쉽게 풀이하면 해당 선수가 대체선수에 비해 팀 승리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를 알려준다. 그래서 정우람의 경우 다른 대체 선수가 나올 때보다 팀에 1.2승 정도를 더 보태줬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화에서 유일하게 등장이 곧 +1승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선수다.
실제로 한화가 9일까지 거둔 8승 가운데 정우람이 1승3세이브로 절반을 책임졌다. 정확한 수식에 의해 나온 WAR 수치지만, 체감상으로는 1.204를 훨씬 상회한다고도 볼 수 있다. 정우람이 아니었다면 한화가 8승을 달성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시즌 초반 극도로 부진한 성적과 가라앉은 팀 분위기속에서도 정우람은 버티고 있다. 유일하게 '신뢰감'을 전해주는 투수다.
그러나 문제는 정우람이 이렇게 '혼자서만' 버틸 수는 없다는 것. 아무리 최강의 마무리라도 팀이 앞서야 등판 기회를 얻는다. 그런 상황이 좀처럼 오지 않기 때문에 정우람이 세이브 상황이 아닐 때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점점 더 '도미노 여파'가 정우람을 엄습하는 듯 하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지 못한다면 정우람의 굳건함도 머지않아 사라질 위험이 있다. 이게 바로 정우람의 현재 막강함 속에 드리운 그림자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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