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나이스&빅!'
KIA 타이거즈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랜차이즈 스타플레이어 2명과 아름다운 작별을 고했다. 타이거즈 구단의 연고지인 광주에서 나고 자라 '타이거즈 입단'을 꿈꾸며 야구를 했던 두 거목이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입은 채 KIA 홈팬 앞에 섰다. 홈 팬들은 손수건을 흔들며 두 명의 영웅, 서재응(39)-최희섭(37)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그들의 새로운 미래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KIA 동료와 후배들은 이날만큼은 모두 서재응(투수)과 최희섭(야수)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렀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1세대이자 KIA에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겼던 서재응과 최희섭이 공식 은퇴식을 치렀다. 이들은 15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 앞서 구단이 마련해 준 화려하고 정성스러운 은퇴식을 함께 치렀다. 두 선수는 나란히 "이런 은퇴식은 전혀 생각치 못했는데, 구단 측에서 배려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돌이켜보면 서재응과 최희섭은 대단히 깊은 인연으로 묶여 있다. 2년 터울로 광주 충장중-광주제일고를 함께 다녔고, 이후 대학(서재응 인하대, 최희섭 고려대) 시절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으며 드넓은 미국에서도 같은 팀(2006년1월~3월 LA다저스, 2006년 6월~2007년 6월 탬파베이 레이스)에 있었다. 최희섭이 먼저 고향팀 KIA로 돌아왔고, 뒤따라 서재응도 2007년말 한국에 컴백했다. 이후 이들은 2015년까지 타이거즈 소속으로 한솥밥을 먹으며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합작했고, 끝내 같은 날 함께 은퇴식을 치르게 됐다. 환하게 웃는 가운데에서도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다음은 서재응-최희섭과의 일문일답.
-은퇴식을 치르게 된 소감은?
▶서재응 : 구단에서 은퇴식을 해줄거라고 생각치 못했는데, 이렇게 따로 챙겨주시고 또 희섭이와 함께 은퇴식을 하게 돼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타자와 함께 은퇴식을 치르게 돼 나로서는 영광이다. 구단에 정말 감사드린다.
▶최희섭 : 미국 연수하고 있을때 은퇴식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오늘 재응이형과 함께 하게 되어 정말 좋고, 특히 생각안하고 있던 상태에서 은퇴식을 마련해 준 구단에 감사한 마음 뿐이다.
-오늘 은퇴식에서 2009년 우승 때 유니폼을 입었는데
▶서재응 : 소원이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는데, 당시에 크게 기여는 못했지만 무척 기뻤다. 이렇게 우승 유니폼을 다시 입으니 기분이 새롭다. 당시 생각도 나고.
▶최희섭 : 한국 처음 들어왔을 때 목표로 세운 게 팀의 한국시리즈 10번째 우승이었다. 그게 가장 큰 목표였다. 비록 현역시절 좋았던 모습과 안좋았던 모습이 있었지만, 적어도 나 자신과의 약속(한국시리즈 우승)은 지켰다고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우승 외에 선수로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서재응 : 미국에 가서 처음 25인 로스터에 들어가 홈개막전 때 덕아웃 앞에 도열해서 내 이름이 호명됐을 때였다. 그 순간이 가장 감격스러웠다. 또 한국에 돌아와서 당시 조범현 감독님과 이강철 투수코치님을 만났을 때도 기억난다. 그 분들로부터 투수에 대한 내 선입견을 바꾸는 새로운 야구를 배웠다. '투수는 꼭 이렇게 해야 한다'든가 투구폼이라든가에 관한 내 선입견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최희섭 : 나는 세 가지 장면이 떠오른다. 하나는 미국에서는 투수와 달리 타자는 안된다는 편견을 깨고. 포지션 플레이어로 1루수로 뛰었을 때다. 또 2006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전도 생각난다. 그때 굉장히 힘들고 슬럼프에 빠져 있었는데, 미국전에 홈런을 치면서 팀이 이겼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으로는 2009년 정규시즌 마지막 타석 때다. 그때 3점 홈런을 쳐서 3할-30홈런을 결국 해냈을 때가 생각난다.
-아쉬웠던 순간이 있다면
▶서재응 : 조범현 감독님이 계셨을 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잘 못보여줬다. 일단 부상이 많았다. 감독님을 세 분(조범현 선동열 김기태) 모시고 은퇴하게 됐는데, 몸상태가 안좋을 때 만났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래도 한때 '콘트롤 아티스트'라고 불려서 팬들도 그런 생각을 하고 저를 보러 오셨을 텐데 서재응답지 못한 야구를 했던 게 아쉽다.
▶최희섭 : 메이저리그에서 좀 더 오래할 수 있는 몸상태였으면 좋았을텐데 2003년 뇌진탕 이후 여러 안좋은 모습을 팬들께 보여드렸다. 사실 2003년 뇌진탕 사건 당시 '내 야구인생은 끝났다'라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그래도 이후로 12년이나 더 야구를 할 수 있던 게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몸만 건강했다면 야구 실력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더 좋은 모습을 계속 보여드릴 수 있었을 텐데 건강이 안좋다보니 안좋은 모습도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그런점이 가장 아쉬웠다.
-선수 은퇴 이후 바라보는 야구는 어떻게 달라졌나
▶서재응 : 확실히 다른 게 있다. 팀에만 있을 때는 몰랐는데, 밖에서 야구를 보면 조금씩 보이는 게 있다. 선수로 생각할 때와 선수 은퇴하고 시청자의 눈으로 볼 때 고쳐야할 점들이 보이기도 한다. 사실 은퇴는 2~3년전부터 준비해왔다. 어느 한 순간에 홧김에 결정한 게 아니다. 솔직히 아주 아쉽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게 후회되거나 아쉽진 않다. 무엇보다 조범현 감독님께 가장 미안하다. 우리 '두 꼴통 메이저리거'들 만나셔서 다 맞춰주시고 했는데, 선동열 감독님께도 죄송하긴 마찬가지다.
▶최희섭 : 미국 연수를 통해 코치님들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사실 나같은 선수를 코치로서 만났다면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전에는 배팅볼을 그냥 치기만 했었는데, 미국 연수에서 배팅볼을 직접 던져보니까 좀 알겠더라. 선수들이 알아서 잘 따라주고 했다면 편했을 텐데. '나처럼 부상이 많고, 경기를 못 뛰는 선수를 만나면 코치님들이 힘드셨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보면서 코치님 특히 감독님들이 고생을 정말 많이 하셨을 것이다.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최희섭 : 비록 방송을 시작하지만, 김기태 감독님도 시간이 되면 야구장에 와서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라고 그러셨다. 나 역시 비록 팀을 떠나지만 마음 속으로는 늘 타이거즈에 도움이 되고 싶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
▶서재응 : 당부라고 할 건 크게 없다. 무엇보다 궂은 일을 내가 맡아서 한다는 생각만하면 팀이 잘 돌아간다. 누구나 힘든 일, 힘든 경기를 하고 있으니까 서로에 대한 배려만 잘 하면 성적을 떠나 팀 분위기는 좋아질 것이다.
-일단 방송인으로 변신했는데, 향후 계획은? 코치 복귀 의향도 있나
▶서재응 : 나같은 경우에는 (야구)공부를 하려고 방송을 선택했다. 방송을 하면서 막혀있던 생각들을 넓히고, 더 많은 공부를 하려고 한다. 그런 뒤에 팀에서 불러준다면 돌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내가 갖고 있는 지식같은 것들을 후배들에게 전할 준비가 되어 있다. 코치로 돌아올 준비도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
▶최희섭 : 다음주부터 방송을 시작하는데, 방송 시즌에는 방송을 열심히 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교육리그나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도 볼 계획이다. (연수를 했던) 미네소타 구단과도 좋은 관계를 만들어놨다. 그래서 현장 코치 연수도 계속 진행할 생각이다. 그리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KIA 타이거즈에서 좋은 코치가 되고 싶다. 현역 때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더 공부해서 복귀하고 싶다.
-두 사람에게 '타이거즈 구단'이란
▶서재응 : '타이거즈'라고 하면 어렸을 때 야구를 하면서 무조건 가야만 하는 곳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야구를 해 왔기 때문에 '타이거즈는 내 삶의 길'이었다. 내가 야구를 하는 건 타이거즈를 향해 찾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타이거즈를 향해야 그 길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앞으로도 내가 찾아가야 할 길이다.
▶최희섭 : '타이거즈는 꿈'이다. 광주 호남쪽에서 야구를 한 사람들은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뛰어난 선배님들이 우승도 많이 하시고 그런 팀이었다. 그런 선배님들을 보면서 꼭 타이거즈에서 뛰어야겠다고 생각해왔다. 메이저리거로 꿈이 잠시 바뀌기도 했었지만, 언젠가는 올 수밖에 없는 팀이었다. 그런 꿈이 있었다. 항상 마음속에 타이거즈가 남아있을 것 같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