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가 대세로 떠오르며 패싱게임이 '고급축구'로 자리잡았다.
많은 팀들이 점유를 기반으로 한 바르셀로나식 패싱게임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물론 보는 입장에서는 기술과 아기자기함으로 무장한 패싱게임에 눈길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축구에는 정답이 없다. 높이를 활용한 '뻥축구'라도 확률이 높다면 '장땡'이다. 모로 가도 '골'로만 가면 된다.
서울과 수원FC의 경기를 들여다면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장신의 활용이다.
K리그에서 패싱게임으로 유명한 서울은 고공축구라는 새로운 전술을 더했다. 서울은 올 겨울 1m96의 장신 수비수 심우연을 영입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심우연을 수비가 아닌 공격 옵션으로 활용 중이다. 지난 산프레체 히로시마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처음으로 꺼내든 심우연 카드는 이후 최 감독의 필승 카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대구와의 FA컵에서는 심우연의 높이를 활용해 상대 수비를 흔들며 4대2 대 역전승을 일궈내기도 했다. 심우연의 가세로 서울은 밀집수비를 공략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됐다.
막공(막을 수 없는 공격)을 펼치는 수원FC에도 공중 옵션이 있다. 1m93의 장신 김근환이 주인공. 중앙 수비수였던 김근환은 올 시즌 수비형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신했다. 그의 위치는 수비에 국한되지 않는다. 필요하면 최전방에 올라서기도 한다. 높이가 좋은 김근환과 위치 선정이 좋은 오군지미 듀오는 궁합이 제법 잘 맞는다. 김근환이 높이를 활용해 떨궈주면 오군지미가 떨어진 볼을 잡아 찬스를 만드는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사실 장신을 활용한 공격법은 흔히 볼 수 있는 전술이다. 특히 지고 있거나, 빠른 시간 내 골이 필요한 팀이 자주 구사하는 전법이다. 미드필드를 생략하고 최대한 빨리 공을 상대 골문 가까이 붙이기 위해서다. 이 순간 장신의 가치가 빛난다. 정확히 볼을 떨궈줄 경우 그만큼 좋은 찬스를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심우연과 김근환은 이 역할을 100% 해주고 있다. 서울은 아드리아노, 데얀, 박주영 만으로도 위협적인데 상대 입장에서는 심우연의 높이까지 신경을 써야한다. 심우연과 경합하는 과정에서 아데박 트리오를 놓칠 수 밖에 없다. 최근 서울을 상대한 김학범 성남 감독은 "심우연이 투입될 경우까지 염두에 둬야 하니까 미치겠다"고 했다. 측면 공격을 강조하는 수원FC도 높이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다보니 위력이 배가되고 있다.
물론 무턱대고 장신의 머리에 맞추기 위한 크로스에 집착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A대표팀에서 김신욱(전북) 활용법을 찾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래도 키가 크면 찾기도 쉽다. 쉽게 눈에 띈다고 그곳에 무작정 볼을 뿌리면 아무리 높이가 좋아도 그 힘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2, 3동작을 예상하는 정확한 킥과 떨어진 볼을 찾아 움직이는 다른 공격수들의 동선은 장신 선수 활용 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뻥축구가 아니다. 심우연의 활용은 우리 선수들의 킥이 정확하기 때문에 가능한 전술"이라고 확신했다. 때로는 단순한게 최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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