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V리그의 화두는 '스피드배구'였다.
최태웅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이 대표적이었다. 오레올을 중심으로 한 현대캐피탈의 스피드배구는 과정과 결과를 모두 만들어냈다. 비록 OK저축은행에 밀려 통합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한 차원 빠른 배구로 돌풍을 일으켰다. 올 시즌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니, 스피드배구의 기세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캐피탈은 '스피드배구2'를 천명하고 공격보다 리시브에 능한 툰 밴 랜크벨트(22·캐나다)를 데려왔다. 대한항공은 대표팀에서부터 스피드배구를 강조했던 박기원 감독을 데려왔다. 다른 팀들도 여름 동안 스피드배구를 팀에 녹이는데 많은 공을 들일 계획이다.
삼성화재는 다르다. 이 흐름에서 한발 벗어나 있다. 임도헌 감독은 "우리는 스피드배구 대신에 삼성화재가 가장 잘했던 배구를 더 다듬는데 집중할 생각"이라고 했다. 재밌는 것은 임 감독 역시 스피드배구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임 감독은 "현대배구는 스피드배구로 흐르고 있다. 나 역시 스피드배구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피드배구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팀상황이 맞아야 할 수 있다. 바르셀로나식 축구가 최고라는 것을 알아도 그를 따라갈 수 있는 팀은 극소수 아니냐"고 했다. 스피드배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전위에서 빠르게 발을 움직이고, 상대 블로커를 따돌릴 수 있는 민첩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아쉽게도 이같은 움직임을 가진 선수가 삼성화재에는 많지 않다는게 임 감독의 설명이다.
임 감독은 스피드배구가 대세가 되면서 오히려 삼성화재에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그는 스피드배구를 넘을 자신이 있다고 했다. 임 감독은 "결국 배구는 어떻게 마무리짓느냐다. 올 시즌 외국인선수 수준은 아무래도 지난 시즌보다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스피드배구 체제 하에서는 공격 성공확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수비"라고 했다. 삼성화재는 전통적으로 수비가 좋은 팀이다. 그는 이어 양 날개 체제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삼성화재는 다음 시즌 국내 최정상 라이트 공격수 박철우가 제대하면 최고 수준의 양 날개를 갖게 된다. 삼성화재는 이번 트라이아웃에서 '레프트' 타이스 덜 호스트(25·네덜란드)를 뽑았다. 임 감독은 "가빈, 그로저 때보다 레오-박철우가 좌우에 포진했던 시기가 밸런스가 훨씬 좋았다"며 "확률이 가장 높은 공격 루트를 만드는게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결정지어줄 수 있는 선수가 두명 자리한 것은 호재"라고 했다.
임 감독은 지난 시즌 처음으로 감독자리에 올랐지만 최태웅 감독,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 등 후배들에 밀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올 시즌에도 대한항공, 현대캐피탈, OK저축은행에 밀려 삼성화재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임 감독은 조용한 미소로 답했다. 그는 "올 시즌이 진짜 진검승부가 될 것 같다. 지난 시즌 경험이 큰 힘이 됐다. 올 시즌은 예감이 좋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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