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말은 안하지만 힘든 것은 사실이다."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전북의 둥지인 봉동 클럽하우스에 미소가 사라졌다. 지난 24일 멜버른(호주)을 꺾고 201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행을 이뤄냈지만 '심판매수 의혹' 속에 선수단 대부분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책임을 지겠다"며 최악의 경우 사임하겠다는 의사까지 내비치면서 마음고생을 숨기지 않았던 최 감독도 착잡하긴 마찬가지다.
전북은 29일 안방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상주와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를 치른다. 평소 같았다면 들썩였을 분위기다. 10경기서 6승4무, 승점 22(득점 18)인 전북은 상주전 결과에 따라 선두 FC서울(승점 22·득점 21)과 자리를 맞바꿀 수 있다. 그러나 선수단 내에선 무거운 침묵 만이 흐를 뿐이다. 최 감독은 "사실 경기 준비가 제대로 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서로 말은 안하지만 힘든 것은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번 일로 인해 실망했을 팬들을 생각하면 죄송하고 마음이 아플 뿐"이라며 "다가오는 경기들에서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르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위기 때마다 발휘됐던 '베테랑의 힘'이 절실하다. 전북은 고비 때마다 최고참 이동국(38)을 비롯해 권순태(32) 최철순(29) 등 선수들의 투지를 앞세워 위기를 돌파한 바 있다. 멜버른전을 마친 뒤 심신의 피로가 상당하지만 상주전을 앞두고 모두 출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권순태는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프로다. 선수라면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감수할 부분은 감수하고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들끓었던 팬심은 시간이 지나면서 응원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멜버른전에서도 전북 서포터스 MGB는 선수들의 이름을 일일이 외치면서 힘을 불어넣은 바 있다. 전북 팬들은 상주전을 앞둔 26일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끝까지 함께 간다', '우후지실(雨後地實·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등의 메시지를 게시하면서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한 팬은 '축구를 통해 주말마다 가족들이 갈 곳이 생겼다. 감독님과 선수들이 헌신하는 전북팀이 우리 고장에 있다는 게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다. 늘 전북팀을 응원하겠다'고 지지를 다짐했다.
최강희 감독은 "멜버른전에서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줬다. 지금은 팬들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스스로 이겨내고 경기장에서 실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팬이 있기에 선수와 팀이 존재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팬을 위한 발걸음이 멈춰서서는 안된다. 힘들고 어수선하지만 현재 전북 선수들이 해야 할 일은 딱 하나.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고 '승리'를 수확해 상처난 팬심을 보듬는 일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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