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근, 최강희. 죽을 힘을 다해 끝까지 함께 하라.'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상주와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를 앞둔 전북 서포터스 MGB가 내건 걸개 문구다. 전북을 상징하는 녹색 바탕에 씌인 흰 문구가 MGB의 둥지인 전주월드컵경기장 북쪽 관중석 한가운데서 나부꼈다.
전북은 '심판매수 의혹'으로 홍역을 앓았다. 지난 23일 구단 소속 스카우트가 지난 2013년 일부 심판들과 맺은 관계 탓에 부산지검 외사부 조사를 받고 나온 소식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커졌다. 멜버른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을 이틀 앞두고 터진 대형악재에 전북 선수단과 구단 뿐만 아니라 K리그 전체가 흔들렸다. 전북은 멜버른을 2대1로 제압하고 8강에 올랐지만, 상처 뿐인 영광이었다. 경기 직후 이철근 전북 단장과 최강희 감독이 나란히 취재진 앞에 섰다. 이 단장과 최 감독은 구단, 선수단의 수장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임 의사로 해석해도 되느냐는 질문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2005년 최 감독 부임 이래 12시즌 간 동고동락하며 4차례 K리그 우승 및 ACL 1회 우승을 기록하며 전북을 일약 한국 프로축구 대표 구단으로 키워냈던 두 기둥의 눈물이었다.
팬심은 동요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구설수에 격앙됐던 전북 팬들의 목소리는 재기를 향한 응원으로 탈바꿈 했다. 멜버른전에서는 선수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흔들리는 선수단을 다잡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을 펼쳤다. 이 단장과 최 감독의 입장발표 뒤에는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끝까지 함께 간다', '우후지실(雨後地實·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등 격려의 글이 넘쳤다. 한 팬은 '축구를 통해 주말마다 가족들이 갈 곳이 생겼다. 감독님과 선수들이 헌신하는 전북팀이 우리 고장에 있다는 게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다. 늘 전북팀을 응원하겠다'고 지지를 다짐했다. MGB가 내건 걸개 역시 이런 응원의 연장선인 셈이다.
상처는 상처일 뿐이다. 아픔을 치유해야 밝은 미래도 그릴 수 있다. 전북의 현주소다.
전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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