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외국인 투수 지크는 팀의 2선발 역할을 잘 해내왔다. 1일까지 11경기(선발 10회)에 나와 평균자책점 3.88에 5승6패를 기록했다. 패수가 조금 많지만, 평균자책점은 준수한 편이다.
하지만 지크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특정팀을 상대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LG 트윈스(1패, 평균자책점 8.44)와 NC 다이노스(2패, 평균자책점 7.20), 두산 베어스(2패, 평균자책점 5.73) 등 세 팀을 만나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다. 징크스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이 세 팀의 타자들에게 약점을 단단히 잡힌 듯 하다.
그런 현상이 또 이어지고 말았다. 지크는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5이닝 동안 9안타 5볼넷 4삼진으로 무려 9실점(7자책)을 하고 말았다. 올해 LG전에서만 두 번째 패배. LG를 상대로 한 평균자책점은 이제 10.45로 치솟았다. 말 그대로 LG 타자들은 지크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이날 지크는 직구 최고구속이 151㎞까지 나왔고, 커브(122~129㎞)와 슬라이더(134~138㎞) 체인지업(132~139㎞) 투심(143~146㎞) 등 다양한 구종을 섞어 던졌다. 그러나 경기 초반에 나온 실책으로 인해 역전을 허용한 뒤 꾸준히 난타당했다.
초반 실책의 여파가 컸다. 1-0으로 앞선 2회말 선두타자 이병규와 후속 채은성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뒤 손주인의 희생번트로 된 1사 2, 3루에서 유강남의 뜬공을 중견수 최원준이 잡지 못했다. 고졸루키 최원준은 1군무대 데뷔전에서 하필 치명적인 실책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 실책으로 이병규가 동점 득점을 올렸고, 채은성은 3루까지 갔다. 유강남도 1루에 안착했다. 이어 오지환의 희생플라이가 나오며 2점째를 허용했다. 이후 지크의 수난이 이어졌다. 3회와 4회에 3점씩 내줬고, 5회에도 1점을 더 내줘 총 9실점을 기록했다. 실책과는 별개로 LG 타선에 약한 면모를 다시 한번 보여준 셈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하나 눈여겨 봐야 할 게 있다. 지크가 3회부터 계속해서 대량 실점을 하는 동안 KIA 벤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경기 초반 1~2점차 리드는 그리 큰 게 아니다. 이 경기를 꼭 잡고자 한다면 '퀵후크'를 생각해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1-2로 뒤진 3회에 3점을 내주기 이전에 바꿀 수 있는 타이밍은 있었다.
하지만 KIA 김기태 감독은 지크를 끝까지 마운드에 놔뒀다. 그리고 108개의 공을 던지며 5회를 책임지게 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김 감독의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KIA는 현재 윤석민과 임준혁의 부상 이탈로 선발로테이션에 큰 구멍이 나 있다. 이 데미지를 치밀한 계산에 의한 불펜 운용으로 잘 막아왔다.
그러나 지난 5월31일 잠실 LG전에서 이 계산에 악재가 생기고 말았다. 이 경기가 연장 12회 6-6 무승부가 되면서 KIA는 주초부터 5명의 불펜을 소모했다. 1일 LG전에서 헥터가 7이닝을 막아준 덕분에 불펜을 조금이나마 쉬게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크를 쉽게 내리긴 어려웠다. 긴이닝을 던져줄 불펜이 마땅치 않은데다 설령 불펜을 가동한다고 해도 주말 3연전에 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결국 김 감독은 패배를 무릅쓰고라도 투수들을 아끼고 싶었던 듯 하다. 이날 지크가 5회를 책임진 뒤에는 정동현 혼자 3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그나마 KIA가 거둔 수확이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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