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을 상대로 점유율을 높이고 수비라인을 올려 전방 압박을 하고 싶다."
스페인전을 앞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청사진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달 29일 오스트리아로 출국하며 "스페인을 상대로 볼 점유율에서 밀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잘 알고 있지 않냐"고 반문한 뒤 "스페인을 상대로 점유율을 높이고 수비라인을 올려 전방 압박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점유율과 압박은 슈틸리케호의 장점이었다. 슈틸리케호는 지난해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 16승3무1패라는 엄청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단 한차례의 이변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는 상대가 역습을 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봉쇄한 '점유율 축구'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슈틸리케호는 강팀들을 상대하지 않았다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아시아팀들을 상대로는 통했지만 '강호들을 상대로 얼마만큼 볼을 점유하고 압박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마침내 만난 진짜 상대 스페인. 하지만 슈틸리케호는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슈틸리케호는 1일 오후 11시 30분(이하 한국시각)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친선경기에서 완패했다. 의심할 여지없는 완벽한 패배였다.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압박은 했지만 상대에게 위협을 주지 못했고, 볼을 소유했지만 의미가 없었다.
전반, 후반 초반 강하게 상대를 압박하며 몇차례 볼을 뺏어냈지만 우리의 압박이 좋았다기 보다는 상대의 몸이 완벽히 풀리지 않았다는 표현이 정확할 듯 하다. 뛰었을 뿐 조직적으로 상대를 압박하지 못했다. 점유율은 의미가 없었다. 볼을 잡고 있었지만 상대가 친 덫에 갇혀 있는 인상이었다. 볼을 돌렸지만 창조적인 움직임이 없다보니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지난 해의 성과가 허상으로 느껴질 정도로 허무했던 패배였다. 1년 넘게 공들인 점유율과 압박 축구가 '이정도 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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