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힘은 여전했다.
체코전 안방마님으로 나선 정성룡(31·가와사키)이 안정된 활약으로 스페인전의 아픔을 털어냈다. 정성룡은 5일(한국시각) 프라하의 에덴아레나에서 펼쳐진 체코와의 평가전에 선발로 나서 전후반 90분을 모두 소화하면서 2대1 승리에 일조했다.
전반 초반 정성룡은 수비진과의 소통 부재로 골문 오른쪽으로 굴러오는 볼을 잡다가 캐치 미스를 범하면서 불안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실력으로 불안감을 털어냈다. 전방위로 전개된 체코의 공세를 안정적으로 막아내면서 슈틸리케호가 전반에만 2골을 얻는데 일조했다. 전반 19분에는 로시츠키가 아크 왼쪽에서 시도한 오른발슛을 멋지게 쳐내는 등 물오른 경기 감각을 증명하기도 했다.
실점은 불가항력이었다. 마렉 수치가 시도한 오른발슛이 곽태휘의 무릎에 맞고 굴절되며 방향이 바뀌었다. 하지만 실점 이후의 활약이 더욱 빛났다. 후반 19분 문전 정면에서 날아온 강력한 슈팅을 쳐내면서 실점 위기를 넘겼다. 후반 29분에도 크로스바를 걸쳐 날아오는 슈팅을 감각적으로 쳐내면서 탄성을 자아냈다. 스페인전에서 전반 30분 다비드 실바에게 프리킥골을 허용한 뒤 속절없이 무너졌던 김진현(세레소 오사카)과 달리 평정심을 잃지 않는 플레이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정성룡은 현재 일본 J리그 넘버원 골키퍼다. 지난해까지 K리그 클래식 수원에서 뛰던 정성룡은 올 시즌 가와사키 유니폼을 입고 리그 14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서 경기당 평균 0점대 방어율(13실점)을 기록 중이다. 무실점 경기만 6경기에 달한다. 가와사키는 오쿠보 요시토, 나카무라 겐고 등 일본 국가대표급 공격수들이 버티고 있는 팀이지만 고질적인 수비불안을 안고 있는 팀이었다. 정성룡을 비롯해 브라질 출신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수비수로 채웠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터진 정성룡의 선방쇼는 가와사키가 현재 J1(1부리그) 1위를 질주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지난 2년간 정성룡에게 태극마크는 아픔이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뒤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면서 고난을 겪었다. K리그와 A매치에서 활약을 이어갔지만 주홍글씨를 떨쳐내지 못했다. 체코전 활약은 그간의 아픔을 보상 받기에 충분했다. 다가오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의 주전경쟁도 청신호가 켜졌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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