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내 재계 서열 5위인 롯데그룹에 대해 수십억원대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하고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이에 앞서 면세점 사업권 박탈, 홈쇼핑 영업정지 중징계 등 악재가 잇달아 터졌던 롯데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롯데호텔, 롯데쇼핑 등 계열사 7곳, 일부 핵심 임원 자택 등 총 17곳에 수사관 200명을 파견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집무실인 롯데호텔 34층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서울 평창동 자택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그룹의 2인자로 통하는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 부회장 등 주요 임원진을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개월 간의 내사 과정에서 계좌 추적을 통해 지주회사인 호텔롯데와 롯데백화점, 롯데쇼핑, 롯데마트 등으로 이어지는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 해당 비자금이 롯데그룹 일가로 흘러들어갔는지를 추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금 조성이 오너인 신동빈 회장의 지시나 묵인 없이는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에 신 회장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이에 앞서 롯데마트가 자체 제작·유통한 가습기살균제로 피해자를 낸 혐의를 받아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가 검찰 조사를 받고 구속될 위기에 놓였다. 노 대표는 현재 롯데물산 대표로 연말 완공 예정인 제2롯데월드 건설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게다가 롯데홈쇼핑이 재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비위 임원 명단과 같은 주요 사항을 누락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9월28일부터 프라임타임(오전·오후 8~11시) 6개월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받는 등 최근 연이어 악재가 터지고 있다.
이밖에도 지난 2일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자택 등도 전격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검찰이 현재 수감 중인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면세점 입점 로비 차원에서 신 이사장 등 롯데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건넨 단서를 잡고 사실 확인에 나선 것.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을 단순한 롯데그룹 비리 수사로 보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 시절 공군 활주로까지 비틀면서까지 제2 롯데월드 인허가를 받은 것을 비롯, 부산 롯데월드 부지 불법 용도 변경, 맥주 사업 진출 등 각종 특혜를 입었다는 의혹이 '박근혜 정부' 들어 계속 제기돼 왔다.
대검 중수부격인 검찰총장 직할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산업은행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면서 이명박 정부 비리 의혹에 대한 본격적 수사에 착수한 것과 거의 동시에,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가 롯데그룹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검찰이 본격적으로 이명박 정부 비리 수사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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