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민(29·울산 현대)에겐 늘 '2인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형'의 그림자가 너무 컸다. 하성민은 FC도쿄(일본)에서 활약 중인 하대성(31)의 동생이다. 2004년 울산에서 프로에 데뷔한 하대성은 대구, 전북을 거쳐 2010년부터 FC서울에 몸담으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를 거쳐 A대표팀까지 승선하는 등 최고의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2008년 전북에서 데뷔한 동생 하성민은 뛰어난 신체 능력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형 만큼 빛을 보진 못했다. 상주를 거쳐 울산으로 이적한 뒤에도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어느덧 프로 9년차가 됐음에도 공격포인트는 6도움이 전부였다.
하성민(울산 현대)이 K리그 데뷔 9시즌 만에 첫 골의 감격을 맛봤다. 하성민은 11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상주 상무와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에서 전반 14분 왼발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 골로 울산은 상주를 1대0으로 제압하고 시즌 첫 3연승에 성공했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전반 14분 상주 진영 왼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제종현이 문전에서 쳐내자 페널티박스 오른쪽에 서 있던 하성민은 지체없이 왼발을 갖다댔고 그대로 골망이 출렁였다. 지난 2008년 전북 현대에서 프로에 데뷔한 하성민이 터뜨린 K리그 첫 골이었다. 하성민은 득점 직후 펄쩍펄쩍 뛰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윤정환 울산 감독은 경기 후 "(하성민이 데뷔 이래) 첫 골인지 몰랐다. 경기 뒤 알았다"고 활짝 웃은 뒤 "본인에게 앞으로 큰 자신감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흐뭇해했다.
경기를 마친 하성민은 여전히 얼떨떨한 듯 했다. "사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내 임무는 수비다. 그래서 연습도 거의 안하다 최근 감독님 권유로 시작했다. 운이 좋았다." '계시'도 있었다. 하성민은 "경기 전날 밤 꿈을 꿨는데 비행기가 추락하다 다시 나는 꿈이었다. 무섭진 않았는데 예감은 야릇했다"고 웃었다.
하성민은 지난해 선수단 부주장을 맡을 정도로 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 출발이 좋지 않았다. 마스다 구본상 이창용 등 동료들에 밀려 선발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했다. 상주전이 열린 울산월드컵경기장에는 아내와 자녀들이 찾아 하성민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데뷔 첫 득점의 기쁨이 각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성민은 "처음에 경기 종료 5~10분을 남겨두고 투입됐을 땐 정말 많이 힘들었다. 우울한 기분을 떨쳐내기 위해 더 개인훈련에 매달렸다"며 "감독님이 '준비를 잘 하라'고 할 때마다 각오를 다졌는데 좋은 기회가 왔고 운이 좋아 골까지 넣었다. 팀 연승에 기여했다는 게 무엇보다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와신상담 끝에 얻은 결실. 하성민은 '2인자'가 아닌 '1인자'가 되기 위해 축구화 끈을 고쳐 매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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