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최정윤 인턴기자] 배우 하수호를 만났다. 약속장소가 유독 햇빛이 밝던 오후의 카페라 그랬을까, 멀리서 걸어들어오는 모습은 브라운관에서 보던 그가 아니었다. 짧은 까까머리에 화이트 브이 네크라인 티셔츠, 편안한 블랙 컬러의 팬츠가 더해진 모습은 편안하고 또 밝아 보였다. 헤어스타일이 잘 어울린다고 말을 건네니 "살짝 의도한 거다. 오늘도 샵에서 스태프들이 흰색 옷을 입고 웃고 있으니까 꺼벙이 같다고 하더라. 지금과 똑같은 머리로 재밌는 역할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웃는다.
하수호의 색다른 모습에 놀란 이유는 그간 보안팀장, 경호원, 비서실장 등 남자다우면서 다크한 매력의 악역들을 주로 맡아왔기 때문이다. 영화 '해결사'의 경찰, '고지전'의 소대장, 드라마 '용팔이'의 경호팀장 '신의 선물-14일'의 유괴 사기범, '마담앙트완'의 수영 코치 역 최근 '굿바이 미스터 블랙'의 수행 비서 실장까지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직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렇듯 강인한 역할을 주로 해온 건 우연일까, 혹은 그가 선호하는 것일까. 그는 본인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젓는다. "사실 저를 가까이 아는 사람들은 '니가 왜 악역을 할까' 하고 말해요. 처음에 악역을 맡았을 때도 '니가? 풉'거리더라고요. 사실 저도 모르겠어요. 왜 제가 악역을 할까요? 의도한 것은 전혀 아닌데…." 하지만 우연이든 의도한 것이든 잘 들어맞았다. 옳은 선택이었다. "밝은 캐릭터 어두운 캐릭터 모두 제 안에 있는 거잖아요. 그중 하날 극대화 시켜 표현하면 그게 캐릭터가 되는거죠. 제 안에 있는 돈, 야망, 권력 등 나만의 이기심을 극대화 시켜 표현해요. 그래서 가끔은 악역이 오히려 편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내친김에 하수호가 생각하는 베스트 악역을 꼽아달라 했더니 영화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과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 속 남궁민이라 답했다. 특히 최민식에 손을 치켜들며 "정말 영화에서 말 그대로 악마를 본 것 같았다. 그 역할은 인간의 보통 속에 있는 이기심만으로는 절대 다가갈 수 없는 캐릭터지 않냐"며 감탄한다. 실제로 본 최민식은 '큰 형님' 같았다며 "영화 '명량'을 할 때 뵌 적이 있어요.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분장 천막을 홀로 들어가는 그를 따라 용기를 내 들어갔죠. '지금 하는 것처럼 항상 정진해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아 이분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첫 대화인데도 원래 알고 있던 큰 형님 같은 친근함과 카리스마를 느꼈어요."
유독 미인이 많은 촬영장을 다닌 그에게, 그렇다면 '형님' 말고 가장 실물이 예뻤던 여배우를 꼽아달라했다. 그는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한효주라고 밝혔다. "첫인상은 영화 '광해'를 통해서였어요. 민낯인 얼굴로 봤는데 피부가 정말 하얗더라고요. '와 예쁘다' 했었죠. 또 얼마 전엔 파주에서 촬영장이 겹쳐서 실제로 봤는데 그때는 세팅되어 있는 모습이었어요. 그 또한 역시 '와우'였어요(웃음)"
사실 하수호는 악역이든 아니든, 크든 작든 가리지 않고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작은 것부터 천천히, 꾸준하고 또 묵묵하게 배우의 행보를 걸어왔다. 그 속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좋은 인연도 만들었다. 소속사도 없고 매니저의 흔한 인맥도 없는 그를 여기까지 이끌어온 힘 역시 사람이다. 영화 '의형제 ''고지전'의 장훈, 드라마 '닥터진''기황후'의 환희, '주군의 태양' '닥터이방인'의 진혁 등 그와 함께했던 감독들 역시 그를 이어 발탁하는 데서 느낄 수 있다. 배우 전국환과는 하수호의 데뷔작인 영화 '의형제'의 인연을 계기로 6년 만에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서 또 한번 인연을 맞췄다. 하수호는 이에 "제가 복이 많은 것 같다. 많이 부족하지만 감사하게도 예뻐라 해주시는 것 같다. 다른 미사여구 보단 확실히 연기로 보답해 드리고자 한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홀로 스타일리스트, 로드매니저, 기획사 사장, 배우까지 1인 다역을 거뜬히 해냈기에 힘든 순간도 물론 있었지만 불평하고 싶지는 않아요. 물론 혼자 하기에 정보가 부족하다거나 잦은 미팅이 없다거나 그런 것들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배우는 연기로 보여주는 거잖아요. 연기가 되어있으면 좀 늦게 출발하더라도 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해요."
대화를 이어갈수록 주변과 사람을 잘 챙기는 것이 하수호의 힘임을 느낄 수 있었지만, 사실 그는 연애에 있어서는 썩 로맨틱한 남자는 아니란다. 남자다운 생김새에 해온 역할까지 나쁜남자의 향기가 강하게 풍기는데, 그는 "'나쁜남자'라기보단 '나쁜놈'이다"며 웃는다. "생각보다 로맨틱이란 것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요즘말로 츤데레? 인 것 같기도요. 말을 상냥하게 하거나 애교가 많은 스타일도 아니고… 그래도 내 여자가 아프면 죽도록 달려갈 수 있는 준비된 남자예요(웃음)."
하수호는 이제 '로코'에 대한 꿈을 꾼다. 실제로 만난 그는 수다스럽기도, 또 어떨 땐 다정하기도 한 훈남이었다. 그 스스로도 좀더 특별하고 로맨틱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실제 그가 로코와 어울리는 남자인지 검증하기 위해 로맨틱한 무언가를 부탁했다. 함께 마주 앉아 얘기하던 카페 한켠 자리한 피아노를 쳐 달라고 한 것. 쳐본 지 오래되었다며 쑥스러워하는 듯하더니 이내 건반을 두드렸다. 그에게 관심이 생겼다면, '로코킹 예약자' 하수호가 전하는 달콤한 세레나데, 이적의 '다행이다'를 감상해보자. 더욱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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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na1004@sportschosun.com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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