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전에서 독일이 얻은 골은 단 하나다.
전차군단의 화끈한 골 세례를 보고 싶었던 팬들에겐 실망스런 결과일 것이다. 사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나도 마리오 괴체나 토마스 뮐러가 골 기회를 놓칠 때마다 한숨을 내쉬곤 했다. 물론 그들을 지켜보며 '내가 아직 현역이었으면 저 정도는 넣었을 텐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니 오해는 없으시길(웃음).
독일의 조별리그 3경기 결과가 그들의 모든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 그간의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자. 독일은 쉴새없이 공격을 펼치면서 수 차례 찬스를 만들어냈다. 북아일랜드전에선 상대가 수비 일변도로 나서면서 틈이 많이 생겼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독일을 만나는 팀 중에 공격으로 맞불을 놓을 팀이 과연 몇이나 될까. 결과보다는 내용을 봐야 토너먼트에서의 힘도 알 수 있다.
독일의 공격 패턴은 변화무쌍 했다. 측면 오버래핑을 기본으로 구사하면서도 중앙 밀집된 형태의 공격을 보여줬다. 북아일랜드 수비진이 자기 진영에 깊숙하게 내려가 펼치는 밀집수비는 돌파와 측면 플레이를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극복해 나아갔다. 인상적인 것은 상대 수비 뒷공간을 뚫는 원터치 패스였다. 동료들의 순간적인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지체없이 패스를 연결하면서 손쉽게 찬스를 만들었다. 원터치 패스는 굉장히 빠르고 효율적인 공격을 가능케 한다. 물론 유기적인 호흡을 위한 조직력 강화가 선결과제다. 독일은 요아킴 뢰브 감독 밑에서 오랜기간 발을 맞춘 선수들이 많다. 연결이나 순간적인 상황 대응 모두 오랜 훈련을 통해 연마를 거듭해왔다. 이런 점이 경기 내용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결정력은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승부였다.
사실 이번 유로2016은 수비축구가 득세하는 모양새다. 대부분의 팀들이 수비라인을 내리고 경기를 시작한다. 이러다보니 2~3골차 이상 경기가 흔치 않고, 강팀들은 예상보다 적은 득점에 그치고 있다. 상대 수비를 어떻게 깨느냐에서 성패가 갈리고 있다. 조별리그를 지켜보면서 스페인과 독일이 과제를 잘 풀어가는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은 이니에스타 등 2선의 플레이메이커들의 패스부터 속도가 높아지는 공격이라면, 독일은 팀 전체에 활력이 넘치고 예측이 쉽지 않은 위치 변화로 답을 찾아가는 식이다.
수많은 인파와 함께 빠져 나오는 경기장엔 알듯 모를듯 한 여운이 있다. 시끌벅적한 팬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또 다른 생기를 느낀다. 스페인과 독일, 두 가지 축구의 장점을 모두 구사할 수 있는 팀을 만든다면 얼마나 재미있게 축구를 할 수 있을까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스포츠조선 해설위원·FC서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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