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유럽으로 떠나기 전 최용수 감독(장쑤 쑤닝)과 통화를 한 적이 있다.
"형님, 이탈리아에선 유벤투스와 나폴리의 경기는 꼭 보셔야 합니다." 독일을 거쳐 이탈리아로 갈 계획이라고 말하자 최 감독이 내놓은 답이었다. 최 감독은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의 경기를 면밀히 관찰해 FC서울의 스리백을 완성했다. 스리백은 얼핏 보면 수비적인 전술로 보이지만 측면 활용도를 극대화 하면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전술이기도 하다. 공격수 출신 다운 최 감독의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AS로마에서 연수를 받으면서도 최 감독의 조언에 맞춰 유벤투스, 나폴리의 경기를 열심히 지켜봤다. 시간과 거리의 제약 탓에 유벤투스, 나폴리의 홈 경기를 보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웃음).
이탈리아 현지에서 지켜 본 그들의 축구를 보며 든 생각은 '전통'이었다. '빗장수비'로 대변되는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게 인상적이었다. 공격 일선에선 개인기가 득세했지만 순간 상황에서 번뜩이는 그들 만의 패턴이 있었다. 23일(한국시각) 아일랜드전에 나선 이탈리아 대표팀의 축구 역시 강력한 수비에 기반한 변화무쌍한 공격을 시도하는 모습이었다. 치로 임모빌레, 시모네 자자 등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던 공격수들도 뛰어난 돌파와 슈팅 능력을 선보였다.
아일랜드는 공격을 주도하긴 했지만 무게감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이들이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투지다. 촘촘하게 벽을 쌓은 이탈리아 수비 속에서도 쉴새없이 패스를 전개하고 공간을 탐색했다. 수비라인을 끌어 올리는 바람에 역습으로 위험천만한 상황에 내몰리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막판 터진 로비 브레디의 헤딩 결승골은 한폭의 그림과 같았다. 이탈리아인들은 승부 근성이 넘치는 다혈질이라고 하는데, 아일랜드인들의 성향은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다. 이들의 승부근성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탈리아에겐 운을 탓할 수밖에 없는 승부였다.
스포츠조선 해설위원·FC서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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