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답답하긴 한데 이겨내야죠."
안현범(22·제주)의 목소리가 밝았다. 의외였다. 분명 안현범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있다.
안현범의 고난은 2015년부터 시작됐다. 안현범은 많은 기대 속에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슬슬 팀에 적응을 하던 시점. 불청객이 찾아왔다. 부상이었다. 안현범은 "시즌 중반에 훈련을 하는데 갑자기 발등이 부러졌다. 눈 앞이 깜깜했지만 마음 잡고 재활에 전념했다"고 회상했다. 뼈가 붙으니 인대가 탈이 났다. 안현범은 지난 시즌 막판에 내측 인대가 끊어지면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안현범은 "발등 회복하고 몸 끌어올려서 이제 조금 뛰나 했는데 인대가 끊어졌다. 참 왜 이렇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 안현범이 결단을 내렸다. 둥지를 옮겼다. 행선지는 제주였다. 안현범은 "겨울에 서명원 서정진 등 뛰어난 선수들이 울산에 오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특히 나는 부상으로 공백이 길어 울산에서 자리 잡기 어려웠다"며 "대전과 제주에서 연락이 왔는데 그래도 클래식 무대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서 제주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끊어진 인대가 회복되는데 3개월이 걸렸다. 잃어버린 시간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도 뛰었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안현범은 4월 1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상주와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5라운드에서 2골을 작렬시키며 팀의 4대2 승리를 견인했다.
골 맛을 보니 눈이 확 트였다. 안현범은 지난달 7일 수원FC전(5대2 제주 승)에서 가공할 스피드와 개인기로 수원FC 수비를 붕괴시켰다. 전반 33분 개인 돌파로 페널티킥을 얻었다. 백미는 후반에 나왔다. 후반 16분 안현범은 공을 몰고 상대 페널티박스까지 70여m를 내달린 뒤 팀의 네 번째 골을 돕는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안현범의 날이었다.
며칠이 지났을까. 이상했다. 안현범이 다리에 찌릿한 통증을 느꼈다. "설마 했다." 설마가 사람 잡았다. 뼈와 인대가 나아서 이제 뛸 만 하니까 무릎 연골이 찢어졌다. 안현범은 "지금은 어느 정도 괜찮아졌는데 그 때를 생각하니 참…."
침묵이 길어졌다. 다른 이야기를 꺼낼까 했다. 아니란다. 안현범은 "이게 프로의 삶이다. 모든 선수들이 여러 번 다치고 수술도 한다"며 "나라고 예외는 아니다.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행히 경과가 좋았다. 부상 부위가 호전됐다. 최근 팀 훈련에도 참가해 구슬땀을 흘렸다. 안현범은 "시간이 약인 것 같다. 어려운 순간들을 이겨내면서 조금은 성숙해진 것 같다"며 "어서 복귀해서 팀에 힘을 보태고 싶다"며 웃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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