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16 시즌에 KEB 하나외환이 달성한 모든 기록은 삭제됐다. 준우승도 무효다. 박종천 감독과 장승철 구단주도 사임했다. 사기로 악용된 '해외동포선수제도' 역시 폐지됐다.
그러나 정작 '첼시 리 문서위조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주체인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WKBL이 5일 서울 등촌동 WKBL 사옥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첼시 리 문서위조 사건'에 대한 징계와 후속조치를 결의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신선우 WKBL 총재와 KEB 하나외환 조성남 단장을 비롯한 6개구단 단장이 모여 이번 사건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했다. 징계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결정됐다. 하나는 문제를 일으킨 KEB 하나외환과 첼시 리에 대한 징계, 그리고 다른 하나는 WKBL 제도 수정이다.
오전 10시반부터 약 2시간에 걸친 회의가 끝난 뒤 조성남 단장은 "첼시 리 문서위조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켜 모든 농구인과 팬 여러분께 사과를 드린다"면서 "아직 법원의 최종 판결은 안 났지만, 금일자로 장승철 구단주와 박종천 감독이 사임하고, 한종훈 사무국장에게는 감봉 징계가 내려졌다. 또 첼시 리와 그의 에이전트 2명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강력하게 묻기로 했다. 앞으로 KEB 하나외환은 여자농구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 신선우 WKBL 총재가 이사회 결과에 대해 공식 브리핑을 진행했다. 신 총재는 "농구 팬과 관계자 여러분께 실망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KEB 하나외환의 2015~2016 팀 순위 및 모든 기록과 시상 결과는 말소되고, 각종 시상금에 대해서도 환수 조치를 했다. 이어 다음 시즌 KEB 하나외환의 외국인 및 신인드래프트 순위 역시 라운드 후순위(6위, 12위)가 된다"고 밝혔다.
또한 WKBL이 지난 2006~2007시즌에 도입한 '해외 동포선수제도' 역시 폐지된다. 신 총재는 "향후 이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게 하기 위해 해외동포선수 관련 규정을 축소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원천봉쇄하고 농구 꿈나무에게 더 투자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해외동포선수 제도의 폐지를 선언했다. 대신 WKBL은 유소년 및 아마추어 우수선수를 육성해 선수를 수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신 총재는 "각 팀이 중고교 몇팀씩 해서 연고를 맺어 지원한다든가 우수선수를 발굴하는 쪽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추가적으로 검토해서 좋은 안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아마추어 선수 육성방안은 추후 결정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이사회 결과에 정작 사건의 주체인 WKBL에 대한 내부 징계는 없었다. '책임 회피'에 대한 비판이 가능한 부분이다. 신 총재는 "이사회에서 연맹이 정확하게 뭘 잘못했는 지에 대한 구체적 정황이 나왔다면 책임론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텐데, 논의 결과 이사회에서는 그 부분(연맹의 책임)에 대해서는 결론을 못 냈다"며 "(연맹 책임과 관련해)이번에 결론을 내린다기보다, 추가적으로 여러 상황이 나올 수 있고, 그 결과가 나온 다음에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부분은 재정위원회든 기타 위원회서든 논의를 해볼 생각이다. 다음 주 안에 재정위원회도 하고, 필요하다면 이사 간담회도 해서 정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현 시점에서 WKBL의 책임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등촌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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