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수기 시장 1위인 코웨이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코웨이의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인 니켈이 검출되면서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무엇보다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알고서도 1년 가까이 숨겨왔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코웨이는 최초 언론 보도 이후 서둘러 김동현 대표이사 이름으로 사과문을 발표한 데 이어 문제가 된 제품에 대해 환불·교환 조치를 약속했지만 한 번 무너진 소비자 신뢰는 복구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부에서는 수백명의 사망자를 낳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옥시가 전 국민의 비난을 받고 있는 것처럼 코웨이가 '제2의 옥시'가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 섞인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중금속이 나온걸 알고도 어떻게 1년간 '쉬쉬'?
코웨이 얼음정수기에서 은색 금속가루가 보인다는 소비자 불만이 접수된 것은 지난해 7월부터다. 당시 코웨이는 시중에서 수거한 얼음정수기 29개 제품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벌였고, 일부 제품에서 정수기 내부에서 얼음을 만드는 핵심 부품이 벗겨지면서 금속가루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금속가루 중에는 대표적인 중금속인 니켈이 포함돼 있었다. 벗겨진 니켈이 얼음을 모아두는 곳으로 떨어진다는 점에서 정수기 물에 들어갔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
니켈은 발암성 물질이라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당연히 코웨이는 즉시 소비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려야 했다. 그러나 코웨이는 대신 두 달에 한 번 청소, 필터 교환 등을 위해 이뤄지는 정기 서비스 때 문제가 된 부품을 슬그머니 새 제품으로 교체했다. 이와 관련 코웨이 측은 "사전에 소비자들께 바로 알려드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 가장 큰 판단 근거는 '인체 유해성 없음'으로, 신속한 처리가 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며 "또한 당사는 제품의 주기적인 관리를 제공하고 있어 정기적인 방문을 통해 신속하게 개선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신속한 해결책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부품의 교체 과정에서 코웨이 측이 '성능 개선과 위생성 강화'라고 오히려 생색을 냈던 부분도 소비자들을 더욱 화나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코웨이 측은 "당사는 검출된 성분이 니켈임을 인지한 후 외부 전문가 조언 등 다방면의 면밀한 검토를 바탕으로 해당 정수기 음용수에서 발생 가능한 수준이 인체에 무해함을 확인했다"며 "전문기사가 방문해 얼음정수기의 기능을 강화하는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에 대한 설명을 상세하게 드렸으나 해당 이슈에 대해 고객에게 사전에 알리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국가 기관도 조사 착수…소비자 신뢰 잃어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코웨이 측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얼음정수기는 지난 2014년 4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설치된 제품 중 일부다. 해당 기간에 약 8만7000여대의 얼음정수기가 판매되거나 임대가 됐는데, 코웨이는 이 중 약 97%는 수리가 완료됐으며 올해 1월부터는 니켈 성분이 없는 부품으로 교체했다고 주장했다.
코웨이 측의 설명에도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결국 국가 기관이 직접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이 지난 4일 코웨이 얼음정수기에 대한 조사를 신속히 결정한 것. 하지만 국표원의 조사는 정수기의 부품 결함에 국한될 전망이다. 현재 정수기는 관리하는 기관과 법률적 근거가 분산돼 있기 때문. 정수기 물의 유해성은 환경부, 정수기의 부품 결합 등은 산업통상자원부가 확인한다. 또 이온수나 알칼리수와 같은 정수기의 물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하고 있다.
결국 시중에 유통 중인 얼음 정수기에 대한 전수 조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여러 기관의 협조가 선결돼야 하는데, 사태가 위중한 만큼 국표원 이외의 다른 정부 기관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가 기관의 조사와는 별개로 코웨이는 이번 사태로 20년 넘게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았던 일등 브랜드로서의 명성에 금이 가게 됐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상황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환경가전업체를 표방하는 코웨이 제품에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금속 검출 논란은 치명타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니켈의 인체 유해성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이 같은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은 기업으로서 신뢰도를 떨어트렸다는 지적이다. 또 논란이 더욱 확산되면 렌털업체로서 이미지 손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코웨이는 영어 단어 'co(함께)'와 'way(길)'의 합성어로 '함께 가는 길'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코웨이란 사명은 고객과 함께 나아가겠다는 코웨이의 정신을 담은 것인데, 이번 중금속 검출 논란은 코웨이 정신을 망각해 생긴 대형 참사"라고 꼬집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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