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우리동네 음악대장의 장기집권에서 벗어난 '복면가왕'에 다시금 춘추전국시대가 찾아왔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일밤-복면가왕'에서는 백수탈출 하면 된다가 33대 가왕 결정전 무대에 올라 로맨틱 흑기사와 경쟁을 펼쳤다. 하면된다는 31대, 32대 가왕 타이틀을 거머쥐며 이날 3연승에 도전했지만 39표를 획득, 60표를 얻은 흑기사에게 가왕 자리를 물려줬다. 하면된다의 정체는 가수 더원이었다.
3연승 도전 좌절 후 더원 "발라드를 부를 걸 그랬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방송 후 시청자들 또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여느 음악 경연 프로그램과는 기준이 다르지만, '복면가왕' 무대 또한 어디까지나 경연이고 우승이 목표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가왕에 오르는 것 뿐 아니라 몇연승을 차지하느냐 여부도 중요해졌다.
이는 직전 가왕인 우리동네 음악대장의 9연승의 대기록의 영향이 적지 않은 듯하다. 음악대장의 정체가 국카스텐 하현우임이 네티즌 사이에 일찍이 드러났음에도, 매회 예상을 뛰어넘는 무대를 선보이며 안방에 놀라움을 선사했다. 음악대장이과연 몇 연승까지 가느냐가 '복면가왕' 최대 시청 포인트였다.
하지만 이 같은 딜레마를 '복면가왕'이 처음 겪는 것은 아니다. 앞서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로 출연한 김연우는 4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복면가왕' 초창기 인기를 견인했다. 1인자의 장기 집권은 프로그램의 안정기를 가져왔지만, 이는 끊임없이 변화를 도모해야 하는 예능으로서 마냥 반가워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클레오파트라의 예상 못한 연승 행진이 이어질 때, 일각에서는 '나는 가수다' 등에서 도입했던 명예졸업 제도를 활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클레오파트라가 떠난 뒤 '복면가왕'도 함께 흔들릴거라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클레오파트라가 떠난 뒤에도 '복면가왕'은 안정된 시청률을 유지했다. 놀라운 기록도 계속됐다. 소녀의 순정 코스모스(거미)는 여자 가왕 최초로 4연승이라는 신기록으로 화제가 됐으며, 여전사 캣츠걸(차지연)이 5연승으로 또 다시 '복면가왕'의 신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지금 '복면가왕'이 처한 딜레마는 초창기와는 성질이 다를 수도 있다. 음악대장의 9연승은 종전의 기록들을 너무 훌쩍 뛰어넘어버렸다. 이는 단순히 음악대장의 부재와 프로그램 존재가치를 연결짓는 것 뿐 아니라, '가왕은 이래야한다'는 또 다른 고정관념을 만들고 있는 것. 시청자들이 '가왕의 자격'을 따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클레오파트라가 없고, 음악대장이 떠났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클레오파트라가 없으면 코스모스가, 코스모스가 떠나니 캣츠걸이 왔다. 캣츠걸이 가자 음악대장의 시대가 열렸다. 가왕은 모두 개성도 스타일도 달랐다. 누구 하나 닮지 않았다. 음악대장은 제2의 클레오파트라가 아니었다.
'복면가왕'이 여느 음악 예능과 달랐던 것은 여느 누구라도 가면을 쓰고 목소리만으로 승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불허전의 중견가수가 탈락할 수도, 아이돌 그룹의 보컬이 가왕이 될 수도 있는 무대라는 점에서 사랑받았다. 연승과 관계 없이, 편견을 깬 목소리 만으로 놀라운 가왕의 탄생을 우리는 이미 여러 번 봐 왔다.
9연승은 값지고도 무거운 기록이다. 하지만 이를 깨야만 '복면가왕'에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10연승 신기록 세워줄 가왕 보다도, 처음의 설렘을 줄 반전의 인물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ran61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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