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환 울산 현대 감독은 원톱 자리만 생각하면 한숨이 날 법 하다.
'믿을맨'이 없다. 올 초 영입한 이정협(25)은 '슈틸리케호 황태자'라는 옛 별명이 무색하다. 17경기서 2골-1도움에 그치고 있다. 이정협과의 로테이션을 구상했던 박성호(34) 역시 8경기에서 단 1골 뿐이다. 기대주였던 서명원(21)은 부상과 재활을 반복하면서 출전기회 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 태생의 기니비사우 대표팀 공격수 멘디(28)가 지난 2일 수원 삼성과의 데뷔전에서 마수걸이포를 터뜨리며 고민에 마침표를 찍는 듯 했다. 하지만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FC서울전에선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원톱 고민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윤 감독을 웃게 하는 선수가 있다. 크로아티아 출신 윙어 코바(28)다. 그는 지난 9일 FC서울전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왼쪽 측면에 배치된 코바는 뛰어난 위치 선정 및 자신감 넘치는 돌파, 강력한 슈팅으로 울산의 공격을 주도했다. 특히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돌파는 발군이었다. FC서울 골키퍼 유상훈의 선방과 동료들의 지원 부족 탓에 공격포인트를 작성하는데 실패했지만 이날 양팀 통틀어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코바였다.
지난해 7월 한국 땅을 밟은 코바는 당시 해외 진출을 모색하던 김신욱(28·현 전북 현대)의 대안으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 1m88의 큰 키에 측면과 중앙 모두 활용 가능한 멀티 자원이었기에 기대가 컸다. 그는 첫 시즌 17경기서 6골-6도움으로 울산의 후반기 11경기 연속 무패(8승3무) 기록에 일조했다. 올 시즌에도 울산이 치른 전 경기(19경기)에 출전, 4골-6도움을 기록하며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쏘아 올렸다.
코바를 향한 윤 감독의 신뢰는 각별하다. 오른쪽 윙어 자리엔 김인성 김태환 김승준이 번갈아 가며 역할을 소화하고 있지만 왼쪽 측면은 코바의 독무대다. 왼쪽 윙어 자리가 주 포지션인 한상운이 섀도 스트라이커로 보직을 변경했을 정도다. FC서울전에서도 대부분의 공격 루트가 코바가 위치한 왼쪽 측면을 중심으로 시작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코바를 중심으로 한 공격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울산은 당분간 큰 변수가 없는 한 이런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관건은 동료들의 활약이다. 코바가 측면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이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왼쪽 풀백 이기제의 오버래핑은 한계가 있다. 섀도 스트라이커 자리에 서는 한상운은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니다. 오른쪽 측면의 김태환 김인성과 위치를 바꾸는 크로스 플레이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윤 감독은 "개인적인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경기 중 순간적인 상황 변화에 따라 다양한 패턴을 구사할 수는 있다. 문제는 자신감과 세밀함"이라며 "코바가 잘 해주고 있는 만큼 나머지 선수들도 분명 그에 걸맞는 활약을 해줄 것으로 본다"고 믿음을 표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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