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는 정근우 팀이다!
정근우가 주장이라서가 아니다. 지난해 프리미어12에서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리그 최고급 스타기 때문은 더욱 아니다. 팀의 리더, 그라운드 사령관으로서의 존재감 때문이다. 한화 구단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주장 정근우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기운 빠진 선수에게 다가가 툭툭 치며 격려하고 침체된 덕아웃 분위기는 적절하게 환기시킨다. 정근우는 9일 새로운 외국인투수 에릭 서캠프가 팀에 합류하자 가장 먼저 환영인사를 건넸다. 유창한 영어는 아니지만 서캠프와 직접 이런 저런 얘기로 적응을 도왔다. 미국 대학대표팀 출신인 서캠프는 동양권에 처음 발을 디뎠다.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밝은 표정의 캡틴 때문에 오자마자 자주 웃었다.
10일 대전 삼성전을 앞두고는 훈련뒤 덕아웃에서 그라운드 위에서 배팅연습을 하는 삼성 이승엽과 한국식 일본어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주위에 웃음폭탄을 선사했다. 평소 누구보다 진지하고, 경기에 임하면 성난 야수처럼 집중하는 정근우다. 이날 섭씨 33도를 웃도는 찜통더위에 땀흘리는 동료들이 한번이라도 웃었으면 하는 배려였음을 알아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날 한화는 삼성을 상대로 10대6으로 승리하며 8위로 점프했다. 경기후 정근우는 "초반에 잃었던 것을 찾아오는 중이다. 순위? 중요치 않다. 지금처럼 한경기씩 이겨나가는 것이다. 덕아웃 동료들은 서로 부족한 것을 채운다. 지금까지 마음고생이 많았다. 우리는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부진 체격만큼이나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정근우의 리더십은 경기장 안팎을 넘나든다. 힘든 후배들을 자주 챙기는 살가운 선배이기도 하고, 잘못된 행동이나 버릇은 따끔하게 충고하기도 한다.
경기중에는 실력으로 솔선수범. 숱한 결승타와 적시타를 때린 정근우였다. 10일 경기에서도 3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팀승리에 다리를 놨다. 정근우는 올시즌 타율 3할5푼, 11홈런 49타점, 17도루, 58득점을 기록중이다.
득점권 타율로 눈을 돌리면 정근우의 가치를 쉽게 알수 있다. 정근우의 올시즌 득점권 타율은 4할이다. 한화 팀내 1위, 리그 전체 5위다. 득점권 타율 4할대 선수는 5명이다. NC 박민우(0.455), 넥센 고종욱(0.447), 롯데 황재균(0.434), KIA 김주찬(0.434), 그리고 정근우다.
정근우는 지난해 자신의 한시즌 최다홈런(12개)을 훌쩍 뛰어넘을 태세다.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력강화에 매진했다. 파워는 여느 중심타자 못지 않다. 최근엔 큰것을 의식하는 스윙을 일부러 간결하게 가져가고 있다. 타점 역시 자신의 최고치였던 지난해 기록(66타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 된다. 도루는 11년 연속 20도루에 3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해 KBO리그 최다인 10연속 20도루를 달성한 정근우다. 이미 KBO리그 레전드급 2루수다.
올해 한화가 여름 기적을 넘어 가을 기적을 만들어낸다면? 정근우라는 이름 석자의 무게감을 돌아보는 시즌이 될 것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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