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한 끗 차이'였다. 세이프를 줘도 이상할 게 없었던 대접전. 그러나 중계영상을 통한 합의판정 결과는 아웃이었다. 심판진의 판정은 존중돼야 하지만, 한화 이글스 입장에서는 그럼에도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한화의 주전 외야수인 김경언이 생애 첫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한 끗 차이'로 놓쳤다. 야구팬들이 흔히 '그라운드 홈런'으로 부르는 매우 보기 드문 기록이다. 외야 멀리 날린 타구가 홈으로 송구되기 이전에 타자 주자가 1~3루를 거쳐 홈까지 들어와 직접 점수를 내는 기록. 홈런의 한 갈래로 쳐준다. 이전까지 KBO리그 35년 역사상 단 78번 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물론 2001년 프로에 데뷔해 올해로 16시즌 째를 보내는 김경언도 아직 달성한 적이 없다.
KBO리그 사상 79번째이자 김경언의 데뷔 16년만에 첫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은 13일 잠실구장에서 '나올 뻔' 했다. 김경언은 한화 5번 우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채 홈팀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나섰다.
1회초 한화 타선이 타졌다. 선두타자 정근우와 2번 이용규의 연속안타로 무사 1, 2루. 이후 송광민이 삼진, 김태균이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선취점 기회가 무산될 위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김경언이 해결사로 나섰다. LG 선발 소사를 상대로 볼카운트 1B2S에서 5구째를 받아쳤다. 타구는 중견수 앞쪽으로 약간 짧게 날아갔다.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듯 하다. LG 중견수 이천웅은. 타구를 향해 몸을 던졌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타구는 결국 글러브 앞쪽에서 원바운드된 후 다이빙 캐치를 시도한 이천웅의 뒤쪽으로 굴러갔다. LG 수비수가 아무도 없는 장소로 향했다. 이미 2명의 한화 선행 주자는 모두 홈에 들어온 상황. 김경언의 힘겨운 독주가 이어졌다.
3루 코치박스의 바바 주루코치는 쉼없이 팔을 돌렸다. '달려! 홈까지!'라는 무언의 외침. 뒤늦게 LG 좌익수 이병규(7)이 타구를 따라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구르는 공과의 거리는 멀었다. 김경언은 2루까지는 쉽게 도달했다. 하지만 2루에서 3루로 향하면서 눈에 띄게 스피드가 줄었다. 한 눈에 봐도 힘겨운 스텝. 이를 악물로 다리를 휘저었지만, 좀처럼 속도는 붙지 않았다.
종아리 부상으로 고생했던 34세의 김경언에게 2루를 지난 이후의 거리는 마치 가파른 오르막길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도 김경언은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3루를 돌았다. 홈으로 공이 중계되고 있었지만, 그래도 달렸다. 이미 홈에 들어온 정근우는 열심히 송구 방향을 알려주며 슬라이딩 신호를 보냈다.
슬라이딩 그리고 태그. 이어진 이민호 주심의 콜, "아웃!". 숨이 차도록 달려온 김경언보다 옆에서 지켜본 정근우가 외려 더 아쉬워했다. 즉각 합의판정 신호를 덕아웃으로 보냈다. 잠시 후, 접전 상황의 중계 영상이 화면에 반복됐다. 애매했다. 김경언의 발끗이 포수의 태그보다 먼저 홈플레이트에 닿은 것처럼 보였지만, 영상의 각도가 좋지 않아 확신할 순 없었다. 결국 심판진은 원래의 판정을 인정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숨을 헐떡이며 덕아웃에 들어온 김경언의 얼굴엔 그 어느 때보다 진한 아쉬움이 배어나왔다. 끝내 좁힐 수 없던 '한 끗 차이'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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