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스피드는 확실히 LG 트윈스 새 외국인 투수 허프가 앞섰다. 하지만 구속이 전부가 아니다. 한화 이글스가 새로 영입한 서캠프는 제구력으로 허프에 우세승을 거뒀다.
LG와 한화의 후반기를 이끌어 줄 새 전력들이 공교롭게 같은 날 데뷔전을 치렀다.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한화전에서였다. 허프는 이날 팀이 0-4로 뒤지던 3회초 1사 1루에서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장했다. 경기 전 LG 양상문 감독이 "상황에 따라 중간계투로 투입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선발 류제국과 두 번째 투수 유원상이 쉽게 무너지면서 허프가 예상보다 일찍 나왔다. 이미 전날에 선발로 예고됐던 서캠프와의 맞대결이 펼쳐지게 된 셈이다.
구속의 허프, 제구력의 서캠프
두 선수는 모두 좌완 정통파다. 그러나 투구 스타일만 같을 뿐 경기 운용 방식이나 주무기는 서로 달랐다. 허프는 강속구 위주의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 총 투구수 39개 중에 포심 패스트볼이 21개였고, 패스트볼 계열의 커터(컷 패스트볼)가 9개였다. 이날 총 투구수의 77%를 패스트볼 위주로 구사했다는 뜻. 물론 구속은 잘 나왔다. 포심은 148~151㎞를 찍었다. 커터 역시 140~145㎞로 나왔다. 여기에 체인지업(7개, 128~133㎞)과 커브(2개-127㎞, 131㎞)를 살짝 섞었다. 평균 140㎞대 후반의 포심이 허프의 주무기였다.
반면 서캠프는 허프에 비해 5~7㎞ 정도 구속이 덜 나왔다. 포심 패스트볼(49개)은 141~146㎞, 커브(15개)는 118~123㎞, 커터(5개)는 139~140㎞ 사이에서 형성됐다. 구속만으로는 허프에 비해 많이 쳐졌다. 국내 투수들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서캠프는 원래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유형의 투수다. 그 장점을 유지했다. KBO리그의 낯선 스트라이크존을 처음 경험했지만, 금세 극복했다. 1회에는 스트라이크 존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선두타자 박용택에게 볼넷을 허용하는 등 총 21개의 공을 던졌다. 하지만 2회부터는 안정을 되찾았다. 13개의 공으로 삼자 범퇴를 이끌어냈고, 3회에는 안타를 1개 내줬음에도 9개의 공으로 끝냈다. 4회 2사 1, 2루 위기에서는 오지환을 패스트볼 3개로 1루수 땅볼 처리했다.
한 경기로 전부 평가할 순 없다
결과적으로는 서캠프의 우세승이었다. 서캠프는 이날 4⅓이닝 5안타 2볼넷 4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총투구수는 69개. 비록 승리투수 요건에서 아웃카운트 2개가 모자라 첫 승을 거두진 못했으나 의미있는 호투였다. 김성근 감독은 5-0으로 앞선 5회말 서캠프가 연속 3안타로 1실점하자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입국한 지 6일 밖에 되지 않은데다 첫 경기인 점을 감안해 일찍 교체한 것. 불펜진도 여력이 있었기에 무리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듯 하다. 승리는 따내지 못했지만, 이닝 소화력이나 제구력 등 가장 관건이던 측면에서는 그런대로 합격점을 받았다.
반면 허프는 1⅔이닝 동안 40개의 공을 던져 3안타 1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시원시원하게 던지긴 했지만, 국내 타자를 압도할 정도의 스피드나 구위는 아니었다. 그러나 허프는 서캠프보다 하루 늦은 10일에 입국해 적응 시간이 더 적었다.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날 한 경기에서는 분명 서캠프가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허프와 서캠프의 실력을 전부 봤다고 할 순 없다. 분명한 건 이 두 투수가 각각 LG와 한화의 시즌 후반기 성적에 큰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잘 하면 소속팀도 순항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무너지면 대안이 없다. 본격적인 승부, 그리고 실력에 대한 판단은 후반기에 해야 한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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