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송은이는 한결같다.
올해 데뷔 23년을 맞은 송은이는 변함없는 외모만큼이나 변함없는 편안함을 지닌 예능인이다. 총성 없는 전쟁터라고 불리는 치열한 예능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방송가에서는 계속해서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내놓고 예능인들은 더욱 독한 개그를 내뱉었지만, 송은이는 변하지 않았다.
전면으로 나서려고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을 받쳐주는 역할을 했고, 웃기기 위해 다른 누구를 깍아내리거나 비하하는 개그도 하지 않았다. "도를 넘는 자극적인 개그는 결국 독이 돼 돌아온다"는 자신만의 개그 철학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송은이는 '센 언니'들이 각광받는 현재 예능 트렌드와는 조금 동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최근 여성 예능인의 전성시대를 연 '센 언니' 김숙, 박나래, 이국주 등과 송은이의 스타일은 확실히 다르다.
"다른 개그맨들에 비해 확실히 캐릭터가 약하다. 유행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남들이 겪어보지 않은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한때는 '나의 캐릭터는 뭘까'라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이런 내가 고연 오랫동안 코미디언으로 살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 고민을 하다보니까 어느새 내가 23년째 코미디언으로 살고 있더라.(웃음)
사실 난 내가 못하는 건 안하는 스타일이다. 남들은 일부로 안 가본 길을 개척해서 가본다는 데 난 안 가본 길, 자신 없는 길은 안 간다. 심심한 인생일 수도 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안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예능가에 한창 리얼리티 붐이 불었을 때 가장 일이 없었던 예능인이 바로 나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하면 뭔가 계속 새로운 걸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그렇다고 송은이는 억지로 자신과 맞지 않은 옷을 입을 생각은 없다. 모두가 공격수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무리수'를 두지 않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23년 동안 꾸준히 굴곡없이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캐릭터가 없는 게 단점이기도 하지만 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난 어디에서도 잘 섞일 수 있다. MC를 할 때 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을 많이 해서 '듣는 장점'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박나래 씨나 김숙 씨가 골을 넣는 역할을 하는 나 그런 사람들이 골을 잘 넣을 수 있도록 패스를 하거나 프로그램이 잘 흘러갈 수 있도록 경기의 흐름을 읽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잘 못하지만 경청과 진행이 필요한 프로그램은 누구보다 열심히 또 잘하는 게 그 이유다."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숙 크러쉬'라는 캐릭터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절친 김숙에게 부러움과 질투를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김숙의 선전과 활약이 기특하고 또 기쁘다.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통해 걸그룹 언니쓰로 데뷔한 김숙를 위해 '조공 도시락'을 자처한 것도 그 때문이다.
"숙이가 잘되서 정말 정말 좋다. 예전에 음반 활동할 때 음악 방송 하면서 다른 가수들이 팬들한테 조공 받는게 그렇게 부러웠다. 그래서 숙이가 이런 조공을 받으면 기분이 좋을 거라 생각했다. 조공의 기쁨을 숙이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거다. 사실 숙이가 다른 방송에서 활약하고 잘나가고 이런 건 기쁘기만 할뿐 막 부러웠던 적은 없다. 그런데 언니쓰 활동은 좀 부럽더라. 가수 활동했던 사람으로서 음원차트 올라간 게 부러웠다.(웃음)"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FNC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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