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전북의 왼쪽 측면 수비수 박원재(32)는 지난해 2월 부모님의 권유로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갑상선암 진단이 나왔다. 청천벽력이었다. 갑상선암은 다른 암과 달리 치료와 회복이 쉬운 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축구선수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박원재는 27일 "수술한 부위가 목쪽이다 보니 경기 때 힘을 많이 쓰면 목 주위가 뻣뻣해진다"고 했다. 이어 "지금도 재발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수술 이후 10년 정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운동선수라 건강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발병하니 개인적으로는 충격이 컸다"고 덧붙였다.
낙심한 박원재를 일으켜 세운건 역시 가족과 최강희 전북 감독이었다. 최 감독은 수술 직후 과격한 운동을 자제해야 하는 박원재의 완벽한 회복을 위해 두 달간 휴식을 줬다. 박원재는 "당시 감독님께서 '다 나을 때까지 푹 쉬고 오라'고 하셨다. 감독님을 믿고 편안하게 두 달 정도 쉬다가 2군 훈련에 합류했다"고 회상했다.
박원재가 없는 사이 새 얼굴이 자리를 꿰찼다. '젊은 피' 이주용(24)이었다. 박원재는 지난 시즌 절반 가까이 지나서야 그라운드에 복귀, 9경기를 소화했다. 올해는 더 힘든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다. '베테랑' 최재수(33)까지 영입됐다. 그러나 박원재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경기는 많다. 우리 팀에는 왼쪽 풀백만 세 명이다. 적절한 로테이션 시스템이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많이 도움 되는 것 같다."
프로 13년차 박원재는 기회가 올 때까지 묵묵히 기다렸다. 박원재는 "훈련 또는 경기 때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특히 나는 주전으로 뛰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기회를 잡을 때마다 같이 뛰는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게 한 발 더 뛰고 있다. 신인의 자세를 유지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박원재의 입지 변화는 6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한 경기씩 밖에 출전하지 못한 3월과 4월, 아예 한 경기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5월과 달리 6월 중순부터 꾸준한 출전 기회를 잡고 있다. 국내 스포츠 마케팅사 팀트웰브가 제공한 빅 데이터를 살펴보면, 총 8경기에서 540분을 뛴 박원재는 수비지역 패스 성공률 55.4%를 기록 중이다. 또 79.2%의 태클 성공률과 38.9%의 크로스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전북이 K리그 최다 무패 기록을 써내려가는데 힘을 보태고 있는 수치다. 박원재는 팀 상승세의 공로를 올 시즌 새로 영입된 선수들에게 돌렸다. 박원재는 "그 동안 주춤했던 선수들이 있었는데 훈련에서 애절한 모습이 보이더라. 나를 포함해 기존 선수들이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박원재의 목표는 하나다. 물론 생애 처음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맛보고도 싶다. 하지만 우선 한 시즌을 아픔 없이 견뎌냈으면 한다. 박원재는 "지난 2~3년간 다치지 않은 시즌이 없었다. 아프지 않고 시즌을 소화하고 싶다"고 했다.
암을 이겨낸 박원재의 시계는 다시 움직이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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