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강원도 태백종합경기장.
이날 경기에 나선 경기대 선수들의 왼팔에는 '조의(弔意)'를 뜻하는 검은 리본이 달려 있었다. 벤치에 선 정광민 경기대 감독은 검은색 셔츠와 바지를 입고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사연이 있었다. 정 감독의 부친은 결승전을 하루 앞둔 28일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정 감독은 빈소를 지킬 수 없었다. 경기대는 1991년 창단 이래 처음으로 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지난해 초 축구부 해체 위기 뒤 코칭스태프 없이 운영되던 경기대를 정상화 시킨 정 감독 입장에선 투혼을 발휘하며 결승까지 오른 제자들을 뒤로 할 수 없었다.
투혼은 마지막 순간까지 빛을 발하진 못했다. 경기대는 영남대전에서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 후반에 전열을 가다듬은 뒤 추격에 나섰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좁히긴 어려웠다. 정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과 어깨를 두르고 선 자리에서 흐느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취재진과 만난 정 감독은 "비록 패했지만 전혀 아쉽지 않은 결과다.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다. 선수들이 정말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줬다. 오늘의 경험이 앞으로 큰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임 후 혼자 팀을 만드는 과정에서 외롭고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면서도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줘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학교 측에서 축구부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감독이 부족해서 오늘 패하긴 했지만 결코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한 여건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소천한 부친을 두고는 "아버지께서 마지막으로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이라고 말한 뒤 고개를 떨궜다.
태백=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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