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1일 오전 4시 55분.
어둠이 깔린 인천국제공항에 가녀린 소녀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최연소 출전자로 관심을 끌었던 기계체조선수 이고임(16·인천체고)이었다. 왼쪽 팔에 보호대를 찬 이고임은 아무 말 없이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지난달 27일 올림픽을 향해 부푼 꿈을 안고 지구 반대편 브라질로 떠났던 이고임은 불과 5일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부상 때문이었다. 그는 28일 현지 적응훈련 중 왼팔을 다쳤다. 선수촌 안에 있는 폴리클리닉에서의 검사 결과 출전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담담했지만 결코 괜찮은 것은 아니었다. 올림픽은 무려 4년을 기다린 꿈의 무대였다. 꼬박 24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도 '올림픽'이라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꾹 참았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시간을 돌릴 수 없었다. 이고임은 "속상하다"는 짧은 한마디와 함께 다음을 기약하며 30일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슷한 시각. 브라질행 비행기에 올라탄 다른 한 명의 소녀가 있었다. 이고임을 대신해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된 이은주(17·강원체고)였다.
긴장된 듯 커다란 인형을 끌어안고 브라질 리우 갈레앙 공항에 내린 이은주는 "후배 이고임을 대신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표정이 밝지 않았다. 올림픽 무대를 누빈다는 기쁨보다는 후배의 부상이 더욱 걱정인 듯했다.
한살 터울인 이은주와 이고임은 올림픽을 향해 꿈을 키우던 동료이자 한때 올림픽 티켓을 두고 실력을 겨루던 라이벌이었다. 둘은 6월 열린 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당시 이고임(100.325점)이 1위를 차지하며 이은주(97.225점)를 제치고 리우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일로 두 사람의 운명이 갈렸다. 올림픽 바통을 넘겨 받은 이은주의 목표에는 후배를 위한 도전이 추가됐다. 안타깝게 리우를 떠난 이고임의 꿈까지 더해 힘차게 구름판을 디딘다. 한편, 귀국 후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은 이고임은 시련을 딛고 더 단단해질 내일을 향해 재활에 나선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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