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전북과 광주가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에서 격돌했다. 0대3, 광주의 완패. 22라운드에서 상주에 4대0대승을 거두고 도약을 꿈꾸던 광주는 '절대 1강' 전북을 만나 고배를 삼켰다. 남기일 광주 감독(42)은 "강팀 전북을 맞아 전반전을 잘 풀어갔다. 물러서지 않고 우리의 축구를 했다"면서도 "후반전 들어 체력적인 문제를 노출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아쉬움 속에 이야기를 이어가던 남 감독. 어느 순간 목소리 톤이 달라지며 힘이 들어갔다. 외국인선수 본즈(26)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가 바뀐 직후였다. 낯 선 얼굴의 외국인 선수. 본즈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광주에 합류했다. 본즈는 아프리카 니제르 대표팀 경력을 갖춘 미드필더다. 남 감독은 "테스트를 통해 기량을 확인한 뒤 영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본즈는 지난달 25일 광주에 공식 입단했다. 적응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그런데 예상보다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 광주의 중추 이찬동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하면서 공백이 생겼다. 대체자원 김정현은 경고누적으로 전북전에 나설 수 없었다. 남 감독의 생각이 복잡해졌다. "본즈를 선발로 세울지 차라리 스리백을 쓸지 고민했다."
고심 끝에 던진 주사위. 눈을 한번 질끈 감기로 했다. 본즈를 선발로 세웠다. 모험수였다. 남 감독은 "생각보다 잘 적응했고 훈련도 잘 했다"면서도 "체력과 감각, 팀워크에 대한 걱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렸다. 본즈가 내달렸다. 위치를 가리지 않았다. 여기저기 뛰었다. 1m87의 거구. 한 마리 흑표범 같았다. 유연한 몸놀림과 정확도 높은 패스를 선보였다. 안정적인 볼 소유 능력까지 갖췄다. 본즈의 맹활약. 남 감독의 생각이 궁금했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아직 적응기인데 잘 뛰어줬다." 이 정도면 극찬이다. 남 감독은 칭찬에 인색하기로 소문난 지도자다. 한 마디 덧붙였다. "적응을 마치면 팀에 힘이 되겠다."
일단 데뷔전서 합격점을 받은 본즈. 남 감독은 향후 어떤 활용법을 구상중일까. "이찬동이 돌아올 때까지 빈 자리를 채울 옵션"이라며 "이찬동이 돌아오면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우는 것도 고려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 목표로 데려온 선수가 아니다. 주장 여 름이 올 시즌 후 군 입대하고 추가로 팀을 떠나는 선수들이 있을 수 있다"면서 "수비력과 공격력을 겸비한 본즈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빛고을에 둥지를 튼 본즈. 일단 첫 인상은 주목해 볼 만하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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