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서울(뚝섬) 경마공원에 첫선을 보인지 무려 61년 만에 제주조랑마가 다시 한 번 렛츠런파크 서울을 방문한다. 렛츠런파크 제주는 제주경마 휴장일인 오는 14일(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제주마 모의경주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한국경마 60년사'에는 뚝섬경마공원에서 경마를 시행할 당시, 현재의 더러브렛이 아닌 제주조랑마로 경마를 시행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 원정경주는 제주조랑마 경주 첫 시행연도인 1954년을 기준으로 무려 61년만의 귀환이라 할 수 있다.
'제주는 말이다'라는 슬로건 속에 4박5일의 원정길에 나선 경주마는 순수혈통 제주마다. 지구력이 뛰어나고 말발굽 없이 경주가 가능할 만큼 야생성이 강한 제주마의 특성을 알리는 동시에, 평소 중계경주를 통해 제주마 경주에 많은 관심을 보여준 육지 경마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덕분에 서울 경마팬들은 모니터 화면으로만 접했던 제주마를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어설픈 경주마들만 출전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달오름', '백록장원' 등 렛츠런파크 제주를 대표하는 제주마 13두가 이번 경주를 위해 상경 채비를 마치고 원정 날짜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특히, '달오름'은 2008년 6월 데뷔 이후 지금까지 115전 22승을 기록하고 있으며, 2014년과 2015년에 'JIBS대상경주'를 연이어 석권한 베테랑이다.
'백록장원' 또한 2011년 5월 데뷔 이후 101전 15승을 거두고 있으며 2013년 '제주일보배'와 2014년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를 우승한 경주마다. 그 외에도 모든 출전마들이 쟁쟁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 경마팬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모의경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시행된다. 첫 번째는 제주마 12두가 펼치는 경주다. 평상시의 일반경주와 동일한 방법으로 진행되며, 경주거리는 400m다. 렛츠런파크 제주의 현역기수들이 직접 기승하며 모의경주인 만큼 고객들의 베팅은 제한된다. 대신, 박진감 있는 진검 승부를 유도하기 위해 출주한 마필들에 대해서는 순위에 따라 상금이 차등 지급된다.
두 번째는 한국에서 경주마로 쓰이고 있는 3가지(더러브렛, 제주마, 한라마) 종류의 마필들이 마종별로 1두씩 참가하는 경주다. 단, 마종별 체격과 평균 스피드 차이를 감안해 출발지점을 다르게 했다. 더러브렛은 결승선 전방 500m, 한라마는 380m, 제주마는 320m다. 동 경주도 베팅은 할 수 없으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작은 체구의 제주마가 큰 말들과 다투는 이색적인 대결을 볼 수 있는 만큼 기대감은 높다.
14일에는 '제주의 날' 행사도 함께 진행된다. 렛츠런파크 제주 준공 당시와 그동안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전'을 비롯해 '제주먹거리 장터', '제주도 말산업 특집방송', '메니피'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에 전시되는 '메니피'의 경우 한국마사회 경주마육성목장(조천읍 교래리)이 보유하고 있는 씨수말로, 2012년도부터 작년까지 4년 연속 리딩사이어(자마들이 경주에서 벌어들이는 수득상금으로 씨수말의 순위를 매기는 것, 실질적인 당해년도 최고의 씨수말) 타이틀을 지키고 있다. 2006년 한국마사회가 37억을 주고 미국에서 수입했고 현재는 몸값이 1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KRA컵 마일'과 '코리안 더비',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를 모두 석권하며 서울·부경 통합 첫 삼관마(Triple Crown)로 이름 올린 '파워블레이드'의 부마이기도 하다.
이처럼 씨수말계의 황제 소리를 듣는 '메니피'의 안전한 수송을 위해 경주마육성목장은 '비상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일단 마필만 전용으로 수송하는 4.5톤 무진동 특수차량이 이용된다. 이 차량은 최대 9두의 마필을 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번에는 모든 공간을 '메니피'만을 위해 사용한다. 전담 수의사 1명과 '메니피' 전담 마필관리사 2명이 차량에 동승하며, 이동 기간 내내 에어컨이 가동된다. 수송기간 동안 '메니피'에게는 최고의 영양식인 6년근 홍삼가루와 마늘가루, 해바라기씨, 특별식 등이 제공된다.
배를 통해 목포로 이동, 목포에서 다시 렛츠런파크 서울로 약 10시간 이동한다. 렛츠런파크 서울에 도착해서도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 국내 최고 시설을 갖춘 말보건원 특별 마방에 들어가 대기하며, 제주도로 귀환할 때까지 응급상황을 대비해 전문수의사와 전담 관리사가 교대로 24시간 근접 관찰한다.
전시는 13일(토)과 14일(일) 양일간 이뤄진다. 13일은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14일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렛츠런파크 서울 예시장과 동물병원 앞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간단한 사진촬영도 가능하다.
렛츠런파크 제주 관계자는 "이번 '제주마 원정경주'와 '제주의 날' 행사를 통해 서울 경마팬들이 제주경마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며 "아울러 제주 관광객 유치에도 일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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