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와일드카드의 클래스였다.
와일드카드 손흥민(24·토트넘)이 위기에 빠질 뻔했던 신태용호에 구세주 역할을 톡톡히 했다.
손흥민의 진가가 반짝 빛난 것은 8일 열린 독일과의 C조 2차전이었다. 1-1로 전반을 마친 한국은 후반 10분 만에 위기를 맞았다.
측면 수비가 흔들리더니 문전 밀집된 공간에서 순식간에 구멍이 뚫리면서 젤케에게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전반 선제골을 넣고도 결국 역전을 허용한 한국의 젊은 전사들은 주눅드는 듯했다. 하지만 곧바로 기를 살려준 '형님'이 있었다.
손흥민은 역전을 허용한 지 불과 2분 만에 태극전사를 일깨웠다. 필드 좌중간에서 볼을 잡은 그는 장대같은 상대 수비수 2명을 뚫고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을 침투하더니 뒤늦게 달려든 니클라스 쉴레까지 따돌리고 골키퍼 가랑이 사이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에 앞서 피지와의 1차전(8대0 승)에서도 골을 터뜨렸지만 최약체 피지를 상대로 몸풀이 하듯 교체 투입돼 넣은 것이라 독일전 동점골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깊게 맺힌 한을 덜어내는 데도 부족함 없는 골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1일 결전의 땅인 사우바도르에 입성하면서 2년 전 브라질을 떠올렸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축구의 막내이자 최고 기대주로 출전했지만 1무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참았던 회한의 눈물을 쏟아냈던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다시 눈물을 이야기했다. 그는 "소속팀 토트넘의 프리시즌 경기를 치르면서도 올림픽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2년 전 많은 것을 느꼈다. 비행기 안에서 월드컵 당시 생각이 많이 났는데, 특히 벨기에전에서 눈물을 흘린 게 생각났다"고 고백했다.
2년 전과는 다른 무대가 돼야 한다는 것도 잘 알았다. 눈물이 환희로 채색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리우 꿈'이었다. 손흥민은 "브라질월드컵 이후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더 잘 준비해 리우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며 "런던올림픽 처럼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이 없진 않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시각으로 아침 이른 시간에 경기를 치르지만 많은 분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국민께 희망을 안겨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비장하게 다진 각오가 이날 경기에서 투영됐다. 손흥민은 경기 초반부터 개인기를 앞세워 독일 측면과 중앙을 강하게 위협하며 급이 다른 축구를 선보였다.
경기를 생중계하던 안정환 MBC 해설위원도 "손흥민이 와일드카드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몸이 확실히 좋아진 게 보인다"고 칭찬했다.
손흥민이 있었기에 전차군단이 두렵지 않은 신태용의 아이들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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