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대한민국을 울린 통한의 눈물이 여전히 가슴 속에 고여있다. 월드컵이 열린 브라질은 '통곡의 땅'이었다. 당시 그는 막내였다. 홀로 짊어지고 가기는 버거웠다.
다시 찾은 브라질, 더 이상 막내가 아니다. '우리 형'이다.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 손흥민(24·토트넘)이 돌아왔다. 진가라고 해야할까, 존재감이라고 해야할까. 손흥민이 내뿜는 빛이 그라운드를 환하게 물들이고 있다.
피지와의 조별리그 1차전은 동생들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 류승우(23·레버쿠젠)가 얻은 페널티킥을 골로 연결하며 예열을 마쳤다. 그리고 8강진출의 분수령인 독일전,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무조건 믿고 뽑은 이유가 있었다.
독일전 흐름은 팽팽했다. 일진일퇴의 공방이 이어졌다. 전반, 황희찬(20·잘츠부르크)이 선제골을 터트리자 독일이 응수했다. 후반, 독일이 역전에 성공하자 손흥민이 불과 2분만에 천금같은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수비수 두 명을 뿌리치고 문전 왼쪽으로 돌파해 전진한 뒤 독일 골키퍼 다리 사이로 침착하게 왼발슛을 시도해 골네트를 갈랐다. 역전골로 달아오를 뻔 했던 독일의 기세가 확 꺾였다. 호르스트 흐루베쉬 독일 올림픽팀 감독은 경기 후 "두 번째 골을 허용한 후 한 골을 더 내줄 것 같았다"고 실토했다. 손흥민 골의 순도는 그만큼 높았다. 손흥민이 맞춘 균형 속에 한국은 경기 막판 석현준(25·FC포르투)의 세 번째 골로 8강 진출을 눈 앞에 뒀다. 하지만 신태용호는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하고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며 땅을 쳤다. 8강 진출도 다음으로 미뤘다.
이날 손흥민의 활약은 단지 골 뿐이 아니었다. 폭풍질주는 물론 수진을 무력화시키는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워 독일 선수들의 혼을 빼놓았다.
손흥민은 8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의 2016년 리우올림픽 조별리그 C조 2차전 후 양팀 선수들을 대표해 신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기자회견 참석은 경기 MVP를 의미한다. 무승부는 그 또한 진한 아쉬움이다. "공격적인 부분에선 독일에 3골을 넣었다.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한 것은 상당히 아쉽다." 아쉬웠던 경기 이야기는 거기까지였다.
그는 이어 행복을 이야기했다. "어린 선수들이 많고 재능이 있는 대표팀에서 공을 찰 수 있어 행복하고 축구가 재밌다고 느끼고 있다." 손흥민은 줄곧 A대표팀에서만 활약했다. 23세 이하의 동생들이 주축인 올림픽팀은 또 다른 세상이었다. 한국 축구의 색다른 맛을 발견했다.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도 확인했다.
그라운드에서도 행복이 느껴진다. 그는 황희찬이 선제골을 터트리자 달려가 함께 춤을 췄다. "같이 방을 쓰면서 '쇼미더머니'에 나오는 춤을 서로 맞췄다. 오스트리아에서 자주 보는 프로그램이다. 흥민이 형도 힙합을 좋아한다." 황희찬이 말한 손흥민이다.
그래서 손흥민은 신태용호와 더 오래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조별리그를 넘어, 8강, 4강, 결승까지…. "멕시코전에서도 이 느낌을 유지해 승리하고 싶다. 좋은 경기를 하고도 마지막에 골을 먹어 어려움이 생겼다. 이건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 당연히 멕시코에 이겨서 8강에 올라가 편안한 상대를 만나고 싶다. 승리를 향해 경기에 집중하겠다."
8강 진출의 마지막 단추인 멕시코와 조별리그 최종전은 11일 오전 4시 브라질리아에서 열린다.
사우바도르(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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