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적이 있네요."
돌아온 아기 엄마의 미소는 환했다. 윤진희(30·경북개발공사)는 8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 센트루 파빌리온 2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여자 53㎏급 결승에서 인상 88㎏, 용상 111㎏, 합계 199㎏으로 3위에 올랐다. 금메달 보다 값진 동메달, 포기하지 않았기에 찾아온 기적이었다.
그간의 고생만큼이나 드라마틱한 하루였다. 윤진희는 마지막 바벨을 내려놓을 때까지 '틀림 없는 4위'라고 생각했다. 애써 참으려 했지만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 순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인상에서 101㎏으로 올림픽 기록을 세운 리야쥔(중국)이 용상에서 1, 2, 3차 시기 모두 실패했다. 윤진희의 순위가 한 단계 올라가며 메달이 선물처럼 품에 안겼다. 아쉬움이 기쁨의 눈물로 바뀌는 순간, 그의 말대로 "하늘이 주신 동메달"이었다.
리우올림픽 이전까지 윤진희의 역도 인생은 굴곡 그 자체였다. 윤진희는 한국 역도의 간판이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을 거머쥐는 등 승승장구했다. 귀 아래 오륜기 문신을 새길 정도로 올림픽 금메달에 애착을 숨기지 않았던 윤진희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수개월 앞두고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역도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었다. 이후 윤진희는 역도 대표팀 후배 원정식(26·고양시청)과 결혼해 두 아이를 얻었고 평범한 주부로 변신해 제2의 인생을 살았다.
영영 다시 들지 않을 것 같았던 바벨, 윤진희는 2014년말 현역 복귀를 결정했다. 남편의 부상이 그의 인생 항로를 또 한번 바꿔놓았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부상으로 쓰러진 뒤 재활중이던 원정식은 아내에게 "함께 역도를 하자"고 권했다. 고통스러워 하던 남편을 응원하는 방법은 공감 뿐이었다. 그렇게 윤진희는 다시 바벨을 잡았다.
길었던 공백을 넘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이어졌다. 두배로 힘들었지만 역설적으로 그토록 싫었던 역도가 재미있어졌다. 그의 곁의 남편은 큰 힘이었다. 함께 서로를 이끌어주며 어려움을 이겨냈다.
하지만 윤진희의 시련은 끝이 아니었다. 2015년 어깨를 크게 다쳤다. 하지만 '부부 동반 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픈 몸으로 기적을 일구면 더 멋진 인생이 되지 않을까"라고 격려한 트레이너의 말을 가슴 깊이 새겼다. 다시 정상에 서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함께 그토록 원했던 리우땅을 밟은 윤진희. 남편의 전폭적인 응원 속에 동메달이라는 값진 보상을 받았다. 기적은 밤새 내린 함박눈 처럼 조용히 내려와 노력한 자의 어깨에 쌓였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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