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11일 김승연 회장의 모친이자 그룹 창업주인 김종희 회장의 부인 아단(雅丹) 강태영 여사의 별세 소식과 함께 그가 그룹의 기틀을 닦는데 헌신한 숨은 조력자임을 전했다.
그룹에 따르면 고인은 현모양처 스타일로 김 창업주를 묵묵히 내조하는 가운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강단 있는 목소리를 냈다.
김 여사는 1927년 평택 태생으로 수원여고 졸업 후 양가의 소개로 1946년 김 창업주와 결혼했다. 결혼 후 기업인의 아내로서 한화그룹 성장기에는 외국 유력인사들과의 교류과정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외교가에서는 가회동 자택 방문 시 김 여사가 접대한 전통 한정식에 대한 극찬이 자자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전형적인 우리네 어머니들의 조용한 내조만 한 것이 아니다. 미래 인재양성과 사회사업에는 적극적인 의견을 내기도 했다.
김 창업주가 고향인 천안에 북일고를 세운 과정에서는 인재양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학교 부지로 공장 부지로 마련한 땅을 제시하는 등 산파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창업주와 함께 성공회 신자였던 그는 대한성공회와 성가수도회가 추진하는 사회사업에도 헌신적이었다. 또, 해마다 북촌 마을회관 노인정에 떡을 돌렸고, 이 소식을 들은 김 회장이 쌀을 기증하기도 했다.
강 여사는 문인들과 시조시집을 발간하고 문학동인을 만들어 문단활동을 하는 등 시조에 조예가 깊었다. 지난 2005년에는 아호를 따서 만든 재단법인 아단문고를 통해 한국 고서적과 근현대 문학자료들을 수집해 학계에 연구자료로 제공해 왔다. 이인직의 '혈의 누', 박목월ㆍ조지훈ㆍ박두진의 '청록집', 나운규의 '아리랑', 문예지 '소년'과 '창조', 주시경의 '조선어문법' 등 희귀 근현대 문학자료들이 포함돼 있다.
아단문고는 현재 국보 3점, 보물 28점 등 총 8만9150점의 고문헌과 근현대 희귀 단행본, 잡지 등을 보유하고 있다.
1981년 김 창업주와 사별한 후에는 생일잔치도 열지 않고 김 회장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써 조용한 후원자역할을 해 왔다. 창업주가 일찍 별세하고 김 회장이 젊은 나이에 경영을 승계했을 당시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절 관여하지 않고 김 회장을 믿고 지원한 것이 지금의 한화그룹을 있게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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