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46)의 리우올림픽은 끝이 났다.
'못 먹어도 고' 스타일이라 내심 금메달까지 꿈꿨다. 그러나 8강에서 멈췄다. 그는 이제 18개월 전으로 돌아간다. 감독 옷을 벗고 코치로 재출발한다. 그는 지난해 2월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을 보좌하다 리우올림픽을 이끌 예정이던 이광종 전 감독이 급성 백혈병으로 도중하차하면서 긴급 수혈됐다. 올림픽 감독과 A대표팀 코치를 겸임하다 올해 올림픽팀에 '올인'했다.
사실 그는 감독 색채가 더 강하다. 2009년 성남 지휘봉을 잡은 신 감독은 첫 시즌 팀을 정규리그와 FA컵 준우승을 이끌었다. 예열을 마친 그는 2010년 최고의 해를 보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정상에 입맞춤했다. 2011년에는 FA컵 우승으로 성공시대를 이어갔다. 그러나 추락은 한 순간이었다. 2012년 정규리그에서 12위에 머물며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재기를 노리던 신 감독은 2014년 8월 A대표팀 코치에 선임되며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리우올림픽은 또 다른 반전이었다. 2회 연속 올림픽 8강 진출을 이끈 그는 A대표팀 사령탑 후보군으로 당당히 발돋움했다.
현장 지도자의 꿈은 역시 A대표팀 사령탑이다. 현재는 외국인 감독 시대지만 2018년 러시아월드컵 후에는 국내 감독으로 다시 방향을 틀 수도 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2004년 9월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한 후 "개인적으로 이번 계약이 국가대표 감독으로는 마지막 외국인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국내파 감독의 성장은 시대적인 요구였다. 현 시점에서 지도자 대권은 40대가 키를 쥐고 있다. 잠룡군에서는 황선홍 서울 감독(48)과 최용수 장쑤 쑤닝 감독(45)이 투톱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신 감독이 가세한 형국이다.
올림픽 4강 문턱에서는 좌절했지만 신 감독의 지도력은 빛났다. 출발은 세계 최초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었다. 브라질에서도 용병술을 맘껐 뽐냈다. 분위기가 달랐다. 어린 선수들이 신바람을 낼 수 있도록 최대한 자율을 보장했다. 채찍보다는 늘 당근이 우선이었다. 선수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즐기면서 축구를 했다.
전술적으로도 '꾀'가 넘쳤다. 4-3-3 시스템과 4-2-3-1 시스템을 넘나든 그는 온두라스와의 8강전에선 4-1-4-1 시스템을 시도했다. 상대의 2선을 제압하기 위해 권창훈(수원)과 문창진(포항)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동시에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권창훈의 경우 '프리롤'에 가까웠다. 중앙이든, 측면이든 공간이 생기는 곳이면 어김없이 돌격했다. 그 결과, 경기력에선 온두라스를 압도했다. 비록 상대의 역습 한 방에 무너졌지만 뛰어난 상황 대처 능력을 발휘했다.
신 감독은 "이 팀을 맡아서 1년 6개월 끌고가면서 처음에는 '꼴짜기 세대', '희망없다', '티켓도 힘들다' 등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스스로 보여주려는 노력이 컸다. 그런 힘든 얘기들을 들으면서 이겨냈다. 마지막 방점을 못 찍어 아쉽지만 준비했던 것을 완벽하게 보여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리고 "후회없는 경기를 했다. 올림픽팀은 해산하고 이제 대표팀에 복귀해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해 월드컵 예선을 준비할 것이다. 4강에는 못 갔지만 많이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현재 커가는 선수들도 기죽지 말고 잘해줬으면 좋겠다. 한국 축구에 많은 응원을 바란다"고 희망 섞인 당부를 남겼다.
지도자 신태용의 재발견, 리우올림픽을 통한 또 하나의 수확이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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