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과 역도는 출발점이 달랐다.
펜싱은 4년 전 런던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휩쓸며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당연히 이번 대회를 앞두고 관심도 컸다. 반면 역도는 '역대 최약체'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를 얻었다. 2012년 은퇴한 '여제' 장미란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고, 사재혁 마저 폭행시비에 휘말렸다.
하지만 리우 입성 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펜싱이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반면, 노메달을 예상했던 역도는 값진 동메달을 얻었다.
'신예 발굴' 펜싱, 세대교체의 당위성 얻다
펜싱은 4년 전과 거의 같은 얼굴이 피스트에 섰다. 여자 플뢰레 남현희(35·성남시청), 여자 사브르 김지연(28·익산시청), 여자 에페 신아람(30·계룡시청) 등이 다시 올림픽에 나섰지만 노메달에 그쳤다.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이렇다할 성과를 얻지 못했다. 물론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고전을 예상했다. 4년 전 빛나는 성과의 반작용으로 그 어느때보다 유럽팀들의 거센 텃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이들의 부진은 정작 우려했던 텃세보다는 경기 스타일이 상대에게 노출된 탓이 컸다. 모두 초반에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래도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켰다. 특히 남자 에페의 박상영(21·한국체대)을 발굴한 것은 최고 수확이었다. 박상영은 백전노장 게자 임레(42·헝가리)를 만나 10-14에서 연속으로 5점을 올리는 기적의 역전 드라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상영은 한국 특유의 발펜싱에 다양한 손기술을 접목시키며 새로운 유형의 스타일을 만들었다. 이같은 박상영의 금메달은 한국 펜싱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알렸다. 한국 펜싱이 4년 뒤 도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박상영과 같은 젊은 선수의 발굴이 시급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세대교체' 역도, 암흑 탈출의 지름길 보이다
역도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특히 젊은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인 것은 최고의 수확이다. 첫 주자로 나선 여자 53㎏급의 윤진희(30·경북개발공사)가 동메달을 목에 걸며 후배들의 부담감을 덜어줬다. 물론 세계와의 격차를 확인했지만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얻었다. 최중량급(75㎏ 이상)에서는 이희솔(27·울산시청)과 손영희(23·부산역도연맹)가 메달 경쟁을 펼치며 5, 6위에 올랐고, 남자 62㎏급 한명목(경남도청), 69㎏급 원정식(고양시청), 85㎏급 유동주(진안군청), 94㎏급 박한웅(한국체대)도 선전했다.
이배영 코치는 "(세계 역도계에) 약물의 시대가 이어지며 (한국 역도의) 부진이 길어졌다. 그 탓에 지원도 끊기고, 선수 발굴도 어려워졌다. 일단 이번 올림픽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행히 이번 대회에 참가한 젊은 선수들이 좋은 모습으로 가능성을 보였다"고 웃었다. 물론 여전히 세계 무대와의 격차는 있다. 윤진희도 운이 따른 동메달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경험을 더했다는 점은 성장하는 젊은 선수들에게는 중요한 밑거름이다. 암흑기를 넘어 조금씩 빛이 보이고 있다는 것은 4년 후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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