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한국영화계에 그처럼 등장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꼈지는 그런 배우가 얼마나 될까. 그가 다시 단 10분의 출연만으로도 작품을 묵직하게 만드는 일을 해냈다.
배우 이병헌은 영화 '밀정'에 특별출연했다. 그는 약산 김원봉을 모티브로한 의열단 단장 정채산을 연기해 약 10분간 스크린에 모습을 비췄다.
이병헌은 '달콤한 인생'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이하 놈놈놈) '악마를 보았다'를 통해 김지운 감독과 호흡을 맞춘바 있다. 이로 인해 김 감독과의 친분은 꽤 두텁다. 김 감독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채산 역은 이병헌이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연락은 회사에서 했다"며 "이병헌이 바쁜 척을 하긴 했는데 사실 시간은 많았던 것 같더라. 좋은 역할 좋은 연기를 보여준 것 같아 개인적으로 고맙다"고 농담 섞어 말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농담처럼 말했지만 이병헌에게 10분은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는 단지 이정출(송강호)과 술 한 잔을 하고 차에 앉아 있었을 뿐이지만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중절모를 쓰고 등장하는 신부터 관객을 압도했고 대사 하나 하나, 손짓 하나 하나가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작업이었다.
송강호와의 호흡도 눈에 띄었다. 송강호와는 '공동경비구역 JSA'와 '놈놈놈'에 이어 세번째로 함께 하는 작업이었다. 여기에 공유까지 가세해 세명이 앉아서 술을 들이키는 신은 관객조차 숨죽이며 지켜보는 10분을 만들어냈다. 게다가 진지한 이병헌과 그 속에서 유머를 만들어내는 송강호가 '놈놈놈'에 이어 다시 등장해 반가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병헌은 특별출연이었기에 신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병헌은 등장만으로도 '밀정'을 보고 싶게 만드는 힘을 보여줬다.
왜 이병헌이 한국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는 배우가 됐는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덴젤 워싱턴, 크리스 프랫, 에단 호크, 맷 보머, 빈센트 도노프리오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할리우드 대표 배우들과 이병헌이 호흡을 맞춘 '매그니피센트7'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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