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KIA 타이거즈와 인연이 시작돼 올해로 세번째 시즌. KBO리그를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동안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은 '효자 용병'으로 불리며, 타이거즈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팀 타선이 최악의 부진에서 허덕일 때, 그는 산소같은 활약으로 큰 힘이 됐다. 지난해 타이거즈 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가 필이다. 2014년 시즌이 끝나고, 2015년 시즌 종료후 구단은 큰 고민없이 필에게 재계약서를 내밀었다. 따스한 시선이 담겨있는'효자 용병'이라는 애칭이 좋은 성적만으로 붙여진 것은 아니다. 구단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동료들은 필에 대해 한목소리로 '인성 좋고 젠틀하며 성실한, 외국인 선수같지 않은 선수'라고 칭찬한다. 다른 팀의 파워좋은 외국인 선수에 비해 부족한 홈런수가 아쉽긴 해도, 팀 안팎에서 인정을 받아왔다.
그런데 8월 31일 광주 SK 와이번스전 선발 라인업에서 그의 이름을 볼 수 없었다. 휴식차원의 배려, 혹은 부상 때문이 아니었다. 컨디션 난조, 최근 떨어진 경기력 때문이었다. KIA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시즌 부상이 아닌 부진으로 선발에서 제외된 게 5번째다. 필을 대신해 '내야 멀티플레이어' 김주형이 1루수 미트를 꼈다. 지난 30일 SK전까지 최근 4경기에서 16타수 3안타(1홈런), 타율 1할8푼7리, 1타점. 장타력도 뚝 떨어졌다. 8월 홈런이 3개에 불과했다.
치열한 순위싸움이 펼쳐지고 있는 가중 중요한 시기에, 중심타자로서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필을 30일 경기에 2번 타자로 내세운 김기태 감독은 "자꾸 터무니없는 변화구에 배트를 휘둘러, 타순을 올려봤다"고 했다. 이 경기에서 그는 임팩트있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4타수 1안타로 물러났다.
당연한 것으로 알았던 선발 출전 대신 벤치 대기. 분명한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 필은 31일 경기 4회말에 9번 포수 백용환 타석 때 대타로 출전해 우중 안타를 때렸다. 빗맞은 타구가 운이 따라 안타로 이어지긴 했으나 운 또한 기본적으로 실력이 따라줘야 가능하다. 1타석을 소화하고 빠질 줄 알았는데, 김기태 감독은 1번 신종길 자리에 포수 이홍구를 넣고, 내외야 수비위치를 조정해 필을 1루에 넣었다. 이런 감독의 신뢰에 부응하고
싶어서였을까. 5회말 1타점 동점 적시타를 때린 필은 8회말 또 안타를 터트렸다. 7대5 승리의 발판이 된 3타수 3안타 1타점이다. 결과적으로 필의 교체카드가 딱 맞아떨어진 셈이다.
필은 8월 31일 현재 107경기에서 타율 3할1푼8리(406타수 129안타)-18홈런-7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3할2푼5리(536타수 174안타)-22홈런-101타점을 마크한 지난해와 비슷한 성적이다. 지난 겨울 오프 시즌에 홈런을 염두에 두고 근육을 키웠다고 했는데, 가시적인 성과를 보진 못했다. 준수한 성적이긴 해도, 에릭 테임즈(NC 다이노스), 윌리 로사리오(한화 이글스), 루이스 히메네스(LG 트윈스)에 비해 폭발력이 떨어진다. 본인도 이런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장타력 부족 못지않게 아쉬운 게 1루 수비다. 중요한 시점에서 어이없는 실책으로 분위기를 넘겨줄 때가 있다. 8월 31일까지 103경기, 825⅓이닝 동안 1루를 지켰는데, 실책 12개를 기록했다. KBO리그 10개 구단 1루수 중 최다 실책이다. 에러로 기록되진 않았지만, 매끄럽지 못한 수비로 아쉬움을 남긴 경기가 적지 않았다.
필이 오랫동안 타이거즈과 함께하면서 사랑을 받으려면, 장타력 이상으로 안정적인 수비 능력이 필요하다. 많은 KIA팬들이 '타이거즈의 가을야구'와 함께 '타이거즈 브렛 필'의 좋은 활약을 보고싶어 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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