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골이 터진 후 손흥민은 관중석을 바라봤다. 이내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두 팔을 들어 환호를 유도했다. '나 아직 죽지 않았어'를 외치는 듯 했다.
'손샤인' 손흥민(24·토트넘)은 역시 대한민국의 에이스였다. 손흥민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에 선발 출전해 시종 활발한 움직임으로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평소보다 독기를 품은 모습이었다. 작은 동작에도 기백이 넘쳤다. 수비가담도 적극적이었다. 최근 자신을 둘러싼 아쉬움을 스스로 풀려는 듯 달리고 또 달렸다.
손흥민은 악몽 같은 8월을 보냈다. 기대를 모았던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온두라스와의 8강전은 한으로 남아있다. 손흥민은 무려 8번의 슈팅을 날렸지만 모두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결과는 0대1 패배였다.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누워 통곡했다. 그렇게 손흥민의 올림픽은 끝이 났다. 마음고생은 여전했다. 그는 "아직 자기 전에 생각이 난다. 올림픽에서 추억이 짧았다. 다른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올림픽에서 돌아온 후에는 이적설에 시달렸다. 볼프스부르크의 러브콜이 거셌다. 독일 복귀가 유력했지만 토트넘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과야 어쨌든 시즌이 시작된 상황에서 유쾌한 소식은 아니었다.
손흥민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난 축구에만 집중하겠다. 중요한 것은 중국전"이라고 했다. 벼르고 별렀던 중국전. 손흥민이 움직이는 곳이 포지션이었다. 왼쪽, 중앙, 오른쪽을 가리지 않고 누볐다.
이날 가장 돋보였던 것은 킥감각이었다. 프리킥을 전담했던 손흥민은 시종 날카로운 킥을 날렸다. 첫번째 골도 손흥민의 프리킥에서 출발했다. 왼쪽에서 날카롭게 올려준 프리킥은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머리를 맞고 정즈(광저우 헝다)의 자책골로 연결됐다. 3분 뒤에는 오른쪽에서 다시 한번 예리한 프리킥을 연결했다. 지동원의 헤딩이 아쉽게 빗나갔다. 42분의 프리킥도 중국 수비를 흔들었다.
후반 들어 손흥민은 더욱 뜨거워졌다. 후반 9분 지동원의 스루패스를 받아 강력한 슈팅을 날렸지만 아쉽게 빗나갔다. 후반 20분에는 왼쪽을 완전히 무너뜨리며 크로스를 날렸다. 이 볼은 지동원의 절묘한 힐패스를 거쳐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골로 연결됐다. 과감한 돌파를 성공시킨 손흥민의 발끝에서 시작된 골이었다. 손흥민은 광고판에 한참을 누워 기쁨을 만끽했다. 이후에도 손흥민의 질주는 계속됐다.
잔인한 8월은 끝났다. 9월의 첫 날, 손흥민이 활짝 웃었다.
상암=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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