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세계에서 추억이란게 참 무섭다. 좋은 추억은 자신감을, 나쁜 추억은 긴장감을 준다. 승부의 세계에서도 기억은 생각지도 못한 변수로 작용한다. 데이터가 설명하지 못하는 좋거나 혹은 나쁜 징크스로 이어지는 물줄기의 수원지가 되기도 한다.
한국과 시리아의 친선경기가 열린 지난 2010년 12월 30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바니야스SC 스타디움.
전반을 0대0으로 마친 한국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선수 교체를 통해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19살 앳된 얼굴의 지동원(25·아우크스부르크)은 선배 김신욱(28·전북)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A매치 데뷔전이었다.
투입과 동시에 그라운드 구석구석을 누비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지동원은 후반 37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그는 문전 혼전 상황에서 정확한 슈팅으로 시리아의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린 지동원의 활약을 앞세워 1대0 승리를 챙겼다.
그로부터 6년이 흘렀다. 한국과 시리아는 또 한 번 대결을 펼친다. 슈틸리케호는 6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각) 말레이시아 세렘반 파로이스타디움에서 시리아와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2차전을 치른다.
지동원도 출격 대기 중이다. 예열도 마쳤다. 지동원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1차전에서 맹할약을 펼치며 팀의 3대2 승리에 앞장섰다.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지동원은 상대의 자책골로 기록된 선제골과 2도움을 비롯, 한국이 기록한 3골에 모두 관여했다. 특히 지동원은 원톱을 고집하지 않고 2선을 부지런히 오가는 활발한 플레이로 밀집수비에 막힌 공격의 숨통을 틔웠다. 이날 기록한 2도움도 이러한 이타적인 움직임 속에서 나왔다.
변수는 있다. 선수 구성의 변화다. 한국은 소속팀 사정으로 복귀한 손흥민(24·토트넘)을 대신해 황의조(24·성남)를 선발했다. 황의조의 합류로 한국은 황희찬(20·잘츠부르크)과 함께 두 명의 원톱 자원을 보유하게 됐다. 이에 따라 지동원이 원톱 공격수가 아닌 2선 공격수로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 혹은 선발 대신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동원의 목표는 단 하나, 팀 승리를 위한 일신우일신 뿐이다. 지동원은 "몸 상태는 괜찮다"며 "경기에 나서게 된다면 더욱 활발한 움직임으로 상대를 흔들겠다. 시리아전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굳은 각오를 다졌다.
모든 준비는 마쳤다. 지동원이 6년 전 '시리아전의 추억'을 이어가기 위해 출격한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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